3분 고전 -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 3분 고전 1
박재희 지음 / 작은씨앗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의 잔소리, 고전에서 길어올린 지혜

 
교육을 이야기할 때, 당장 먹을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고도 합니다. 지혜의 왕으로 이름을 남긴 솔로몬도 그의 잠언에서 세상의 금, 은보다 지혜를 얻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보다 먼저 우리가 얻고 가르쳐야 할 지혜란 무엇일까요?

<3분 고전>을 읽으며 이런 것이 지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경쟁력과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는 교육 철학이라면 가르치기를 주저할 '고전'이지만, 그 속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음이 이제야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저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학교 성적이나 공부 때문에 매를 드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성적이 계속 떨어질 때도 "네 인생은 네 것이니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만 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남매가 크게 다툴 때는 여지 없이 매를 드셨고, 우리는 잘못을 누우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때 큰 아들이었던 오빠에게 자주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동생들을 덕(德)으로 다스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위정이덕'(爲政以德)의 교훈, 즉 '법보다 위대한 것이 덕이다'라는 바로 그 가르침입니다(104-105). 어릴 땐, 아버지가 안 계시면 늘 오빠가 아버지 대신이라 이르셨고, 오빠는 아버지 대신 동생들을 덕으로 대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그때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렸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의 그 잔소리가 새록새록 귓가를 울렸습니다. 힘으로 상대를 꺾는 것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얻은 승리는 상대방에게 굴욕감만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보다, 상대가 스스로 나를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강자라는 것을, 그것이 지혜임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3분 고전>은 KBS 제1라디오에서 방송되었던 <라디오 시사고전> 중에 120여 개의 좋은 글을 선정하여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그것을 '역발상의 미학', '마음경영', '변화와 혁신', '역경이 경쟁력이다', '전략으로 승부한다'는 카테고리 안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고전의 지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현자들의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넣어주는 지식이 아니라, 깨달음을 주는 가르침입니다. 가지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 나눔 속에 더 큰 행복이 있고, 만들어가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지켜보는 인내 속에 더 큰 사랑이 있음을 알려 줍니다. 제압하는 것만이 강자가 아니라 용납하고 포용하는 자가 강자이며,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120편의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교훈은 '태상유지'(太上有之)입니다(50-51). 노자는 <도덕경>에서 리더를 4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최고의 지도자는 있다는 존재만 느끼게 한다. 그 다음은 친절하여 칭찬받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그 앞에 서면 두렵게 만드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뒤돌아서서 욕하는 지도자다"(51). 다시 말해, 아랫사람에게 칭송받고 환호받는 리더는 최상의 리더가 아니라고 합니다. 칭찬은 언제든지 비난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리더는 부하들이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만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리더가 있지만 그의 무게를 못 느끼는 상태, 참 어려운 경지입니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3분 고전>은 옛 가르침을 그대로 옮겨 놓지 않았습니다. 읽으면서 그 기발함에 폭소를 터뜨린 곳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조문도석사가의)는 가르침입니다(94-95). 지은이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아침에 도를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이 구절에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그럼 낮엔 뭐할까요?' 아침에 그토록 원하던 지위를 얻고, 부를 얻고, 명예를 얻었다면 여러분들은 낮에 뭐하시겠습니까?" 재밌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지은이는 이것을 "성공보다 아름다운 것은 나누는 것입니다"라고 풀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남은 시간엔 나누라는 것입니다. 즉, 지은이는 깨달음도 아름답지만 그 깨달음이 남에게 전파되었을 때 더욱 의미 있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덧붙입니다.


동양 고전의 묘미는 운율이 있어 멋스럽고, 짧아 기억하기 쉽고, 이야기가 있어 던져주는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잔소리처럼 정감이 있고, 운치 있는 가르침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지만 공을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입니다(19-20). 작은 생선은 자주 뒤집으면 먹을 게 없다(40-41). 때로는 내버려 두는 것도 사랑이라는 가르침입니다(약팽소선). 이런 멋스러운 가르침과 공생하는 인생의 지혜가 바로 고전이 지닌 가치일 것입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리듬에 맞추어 <3분 고전>으로 내놓았지만, 두고두고 음미할만한 깊은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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