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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바로보기 - 감추어진 유대인 2000년 역사를 찾아서
류모세 / 두란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유대인을 다시 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구약성경을 읽어온 나는 유대인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았던 것 같다.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영항력을 행사하고, 노벨상을 휩쓸 정도로 두뇌가 좋은 민족이라는 부러움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 선택받은 민족이지만 위선적인 신앙으로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말았다는 이유로 한편으로 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성경에 등장하는 '바리새인'이 곧 '유대인'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10년의 세월 동안 이스라엘에서 사역자로 살면서 '까칠한' 유대인들의 가시에 찔려 아파하고 고민하면서도 그들의 참모습을 이해하려 애썼다"는 저자 류모세는 <유대인 바로보기>를 통해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전까지 유대인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왔을까?"를 추적하며, "그들의 참모습은 과연 어떠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유대인 바로보기>를 읽으며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그들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생생한 입체감이었다. 중동지역 분쟁을 지켜보고, "back to Jerusalem"을 외치며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유대인'을 그저 성경(과거)과 관련된 관념적 민족으로 인식했지, 지금도 계속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지구촌 이웃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보도되는 중동 지역 분쟁에 관한 책자들이라든지, 잔혹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한 이스라엘 군대의 모습이 뉴스에 많이 보도되면서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증오가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대인 바로보기>를 통해 본 유대민족사는 어떤 면에서 '유대인 증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성도가 아니라 해도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중동 전쟁의 뿌리 깊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유대인 바로보기>는 <이슬람 바로보기>와 함께 짝을 이루어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유대인과 이방인 간의 극단적인 부조화와 불협화음 현상의 원인"을 유대인의 독특한 민족적 운명에서 찾아내고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하나님의 일방적인 선택"이라는 신앙적 차원으로 귀결된다.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인종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그 땅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석해주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중동 문제가 국제 정세 분석가들의 '세속적인' 접근만으로는 풀리지 않으며, 하나님과 유대 민족이 맺은 계약에 대한 '영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17). 역사적으로 항상 미움과 질시와 핍박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던 '유대인의 불행'이 결국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의 또다른 반증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가장 흥미롭고 주목해볼만 했던 사실은 "십자군 운동, 르네상스, 종교개혁, 신대륙 발견, 대영 제국의 탄생, 초강대국 미국의 부상, 홀로코스트 등 수많은 사건들이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대규모 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18). <유대인 바로보기>는 유대인들이 굴직한 세계사에 개입되어 있는 모습을 포착해주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학자들은 유럽 문화에 고대 그리스 지식을 "재도입" 했다는 의미에서 '르네상스'라고 부르지만, 르네상스가 유대인들이 살았고 다시 활기를 찾은 지역에서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다. 르네상스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3세기 동안 그리스, 아랍, 히브리 고전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에 매달려 있던 지역에서 발흥했는데, 이것이 단지 또 다른 역사의 우연일까?"(104)
<유대인 바로보기>는 유대인 역사를 전문적으로 추적한 연구서적이라기보다, 구약성경 이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건국하기까기 굵직한 역사적 이슈를 중심으로 쉽게 풀어쓴 유대인 역사서이다. 유대인 역사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적절한 책을 찾지 못했던 평신도들을 위한 도서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