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속의 심리학 ㅣ 오스왈드 챔버스 시리즈 15
오스왈드 챔버스 지음, 황 스데반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예리하게 영혼을 파고드는 복음의 진수를 보여준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강하고 힘찬 가르침이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은혜로 밀려와 나를 덮기도 했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자유함을 맛보게 해주기도 했고, 끓어오르는 애통함 가운데 회개의 자리로 인도하기도 했고, 심장을 찌르는 바늘처럼 예리한 통찰력으로 무지와 어리석음을 흔들어 깨워주기도 했다. 그런데 <구속의 심리학>이 지금 내게 남겨준 것은 은혜도, 자유함도, 회개도, 깨달음의 기쁨도 아니다. 그것은 '심각성'이다. 이 심각성은 일종의 두려움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에 정직하게, 그리고 온전히(심각하게) 응답하려 한다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구속의 심리학>을 통해 '거듭난 자의 성장 법칙'을 이야기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속은 죄로부터 인간의 속성을 구원한다. 그러면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의 유한한 육체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한다(23). 이것은 마리아가 뱃속에 (예수) 생명을 잉태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땅에 사셨던 주님의 삶과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는 우리의 삶을 비교하는 이와 같은 설명방식이, 다소 알레고리컬(allegorical) 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기도 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생명을 잉태할 것이라 알려준 것처럼,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우리 안에 '(예수) 생명'이 잉태될 것이라고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처녀 마리아에게 이 소식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였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동일한 결단과 순종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구속의 심리학>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은 완전히 잊어야 한다. 이 가르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과 정반대의 가르침이다. 그 차이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가르침이 놀랍다. "현대의 동향은 위로부터의 출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출생을 말한다. 즉, 위로부터 우리에게 오는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무의식적인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올라오는 뭔가를 말한다"(43). 성경은 '위로부터의 출생'(거듭남)을 말하는데, 일반 심리학은 '아래로부터의 출생'의 관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출생과는 전혀 다른 위로부터의 출생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영역에 들어갈 수 없다"(43).
<구속의 심리학>은 인간의 속성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연구가 아니라, 주님의 구속을 통해 우리 안에 태어나는 새 생명에 대한 연구이다(12). 기독교 심리학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 안에 나타남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에 의해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된 초자연적인 생명을 연구하는 것이다(40). 우리가 속죄와 거듭남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으로 들어가면, 주님께 적용되었던 것과 동일한 성장 법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그리스도인은 태어나는 것이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52). 그리스도인은 오직 새 출생에 의해 만들어진다. <구속의 심리학>은 그 새 생명의 활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문제가 우리를 심각하게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순종에 의해 자연적인 것들이 하늘에 속한 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23). "자신을 하나님께 완전히 양도할 때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형성되신다. 주께서 우리 안에 형성되신 후, 주의 생명은 우리의 유한한 육체 안에서 역사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주의 놀라운 초자연적인 생명에 의해, 친히 주를 뵙고 하나님의 통치를 보며 죄를 멈추게 된다. 이것이 새 생명의 전반적인 활동 모습이다"(52).
"하나님의 아들을 죽인 것은 다름 아닌 주님 당시의 세상 시스템, 특히 종교 시스템이었다"(145). 이 책의 메시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종교 시스템 안에 있는 사역자이기 때문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성령의 거듭나게 하시는 역사가 아니라면, 우리가 하는 기독교 사역은 부패한 종교 상업주의를 소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210).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책을 여러 권 읽고 나니, 그분이 전하고자 하는 일관적인 메시지가 보인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주님께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고 주의 손에 자신을 내어맡기는 것'(34)이다. 한마디로, 자기부인이다. 철저한 자기부인이 없다면, 전적인 순종이 없다면, 사람의 필요를 채우는 일도, 친절도, 헌신도 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주님 대신에 자신의 헌신 자체에 헌신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종종 헌신과 경건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큰 원수가 되곤 한다"(33).
"우리 안에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죄가 죽든지, 아니면 하나님의 생명이 죽어야 한다"(153). <구속의 심리학>을 읽으며 드는 가장 무서운 생각은, 교회 안에 구원받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예수님의 제자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을 위한 우리의 열심, 세상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기도 제목들, 자신의 방식대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는 시도들,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의 필요에 집중되는 관심, 교회 안에 파고든 세상의 지혜를 보라. 거듭나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자연인'일 뿐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예수님의 제자라 믿으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 예수님의 생명이 없다면! 끔찍한 일이다.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응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칠수록 주님 안에서 '나'를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더욱 극명하게 깨달아갈 뿐이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낙심이 된다. 그러나 깊은 절망 중에도 나를 붙드는 하나의 소망이 있다. 그것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하여 주님이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이다! 우리의 애통을 들으시는 주님은 결코 포기하지 아니하시리라는 믿음이다.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뿐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조급하다. 그러나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의 아들의 생명이 가장 많이 성장하는 때는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특별히 기록할 만한 것이 없는 기간이다. 때가 되어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삶을 공개하신 것처럼, 이제 우리의 삶을 공개하실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속의 새 생명이 지난날의 평범한 기간 가운데 얼마나 자라났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