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라이프 2 - '심야식당' 이이지마 나미의 일상 속 스페셜 요리 Life 라이프 2
이이지마 나미 / 시드페이퍼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맛있는 인생, LIFE!

 
음식이 인생의 즐거움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려면, 굶어보면 된다. 7일 정도 금식을 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하루 종일 웃을 일도 없고, 웃을 힘도 없었다. 시간은 또 왜 그리 더디가 가는지, 음식을 먹지 않으니 하루가 천 년처럼 지루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인지. 오래 전, 위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아직까지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먹지 못한다. 어머니와의 추억은 물론, 아무것도 드실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목이 매인다고. 어머니를 간호했던 친구는 어머니가 굶어서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고통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그때를 생각하면 친구는 지금도 오래도록 눈물을 그치지 못한다.

SEEDPAPER에서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LIFE>는 그 제목처럼, 삶이 있고, 삶의 즐거움이 가득한 요리책이다. <LIFE> 시리즈에서 다루고 있는 요리는 어떻게 보면 '매일 먹어 특별할 것 없는 메뉴'뿐이다(13).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친근한 낫토에서부터, 군만두, 김밥, 계란찜, 계란말이, 볶음밥, 탕수육, 감자 샐러드, 치킨 등 '지극히' 일상적인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주제'에 통일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밑반찬이라든지, 뚝딱 만드는 간식이라든지, 요리에 통일성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리책이 특별해보이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삶과 사랑 때문이다.

<LIFE>는 요리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휴일에 온 가족이 모여 만드는 요리는 <전원 집합! 군만두>이다. 형과 동생이 경쟁하듯 먹는 모습이 상상되는 요리는 <소년 크로켓>, 살짝 지갑 사정이 걱정되는 독신 남성이 월급 하루 전날 만들어 먹는 요리는 <오늘만 견디면 월급날! 고기채소볶음>, 감기에 걸려 무리하게 출근한 날 집에 돌아가자마자 만들어 먹고 싶은 요리는 <감기 얼른 나으세요, 계란찜>, 여고생이 남자 친구를 위해 만들어 학교에 가져가는 요리는 <청춘의 계란말이>, 이 외에도 <사내 대장부의 볶음밥 곱빼기>, <아빠, 고생 많으셨어요! 탕수육>, <엄마가 외출하신 날 아침, 감자 샐러드> 등 재밌고 유쾌한 요리가 한 가득이다. 상상만으로도 따뜻한 행복이 마음 가득 차오른다.

가족과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LIFE>를 보고 있으면,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에 젖는다. 무엇에 감염된 것처럼, 배가 고파지고, 나도 모르게 삶을 사랑하게 된다. <LIFE>의 요리는 모두가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어쩐지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오른다. 어떤 요리는 '그 사람'을 위해, 어떤 요리는 '가족'과 함께, 또 어떤 요리는 '나만을 위해서!' 없는 솜씨지만 만들어보고 싶은 용기(!)가 생기는 것은 친절하면서도 간단해보이는 '레시피'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LIFE>를 통해 요리는 '사랑 고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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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0-11-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