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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식 Go!
정허덕재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흡입력 없는 캐릭터가 아쉽다!
청년 실업이라는 암울하고 무거운 사회문제를 유쾌발랄한 캐릭터에 담았다. 그런데 그것을 풀어가는 해법은 판타지에 가깝다. '청년 백수 고황식의 신명나는 희망 찾기'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울 뿐만 아니라, 현실감이 없는 해피앤딩이다. 과연 우리나라 100만 청년 실업자 가운데 몇 명이나 <고! 황식>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고! 황식 Go!>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류의 소설은 주인공 캐릭터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실업자를 대표하는 '고황식'은 교통비를 아끼려 27살의 나이에 교복을 입고 버스에 오르는,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뻔뻔한 놈'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아쉽게도 그 엉뚱발랄한 주인공에게서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미워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도 없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의 '순수함'에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해도,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동정심' 정도이다. 그가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다면 딱 '찌질이' 정도의 대접을 받지 않을까. 가볍고 유치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재미 없지도 않다. 문제는 흡입력이 없는 캐릭터! 이것이 이 소설의 한계라 생각된다.
<고! 황식 Go!>라는 제목을 봤을 때, 내가 기대한 것은 <슬램덩크>의 '강백호' 정도 되는 캐릭터였다. 쥐뿔도 없지만 '가진 것'으로 기죽지 않는 당당함, 불러주는 곳은 없지만 세상엔 내가 필요하다고 믿는 뻔뻔함, 스펙은 좀 딸려도 가슴에 품은 꿈 하나로 세상과 맞짱 뜰 수 있는 무모함, 줄 수 있는 것이 마음밖에 없지만 순도 100%의 사랑을 장담할 수 있는 순박함, 어제 실패하고 오늘 또 실패했을지라도 자신을 믿으며 다시 도전하는 질긴 근성을 가진, 비록 현재의 삶은 비루하나 '내일'이 있기에 노래할 수 있는 그런 빛나는 청춘이기를 바랬다. (이것이 더 식상한가?)
우리의 <고! 황식>은 잘못하면 '패배의식'으로 가득찬 찌질이로 보일 위험이 있다. (스토리가 은근히 '미스테리'한 요소를 띠고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며 요약을 하자면) 그에게는 비록 눈치를 좀 주기는 하지만, 빈둥거려도 배불리 먹여주는 '재희'가 있으니 일단 놀고 먹을 수 있는 특혜가 있다. 가족의 생계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난폭한 세상에 내몰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속편한 놈이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짝사랑하는 '난희'와 그가 첫눈에 반해버린 '설아'가 있으니 축복받은 놈이고, 툴툴거리지만 언제든 빌붙을 친구 '용석'이가 있으니 운도 좋은 놈이다. 그런데도 그의 좌충우돌은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청춘의 재기발랄이 아니라, 패배의식에 찌든 무기력함으로 비춰진다. 물론, 그가 간직하고 있는 아픈 사연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거라던 명대사처럼, 그런 사연 하나쯤 지니지 않고 사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고! 황식 Go!>, 시간이 완전 남아돌아서 사는 것이 정말 무료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월을 아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