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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논리학 -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
제러미 스탠그룸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올바른 추론 능력이 얼마나 부재한지 그 증거를 제시해주는 책.
논리적 사고의 한계와 함께 논리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다.
논리학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은 죽는다. 나는 사람이다. 고로 나는 죽는다"와 같은 삼단논법을 떠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사회과학 분야로 전공을 바꾼 뒤, '실험설계'를 하며 '논리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사회현상을 압축된 이론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논리적인 사고' 체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회현상에 따른 잠정적 가설을 설정하고, 그 잠정적 가설을 지지하거나 거부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가장 큰 난관은 바로 그 '논리적인 사고 체계'였다. '추론'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작업은 고도의 '논리'를 요구한다. 실험을 진행하며 추론을 통해 이론을 일반화하다 보면 곳곳에서 통제하지 못한 구멍이 발견되고, 그럴 때마다 깊은 좌절을 경험하는 중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인간이 정말 '이성의 동물'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위해 이런 저런 책들을 기웃거리고 있을 때,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패러독스 논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이라고 해서 다소 '긴장'이 되기도 했는데, 막상 책을 열어보니 '두뇌 트레이닝'을 위한 한 놀이처럼 재밌는 퀴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논리학의 대표적인 난제들이 '의외로' 쉽고 재밌게 다가오는 이유는,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하여 해설한 책"이라는 설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퀴즈'의 방식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정답'을 맞춰보려 열심히 사고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논리학의 패러독스'에 푹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패러독스 논리학>의 핵심은 퀴즈의 정답에 있지 않고, 그러한 정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약 183페이지 분량의 책에서 '해법'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115-183)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답이 도출되는 '추론'과 '논리'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논리적이라고 착각하는) 판단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고의 함정이 어떻게 우리를 위험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패러독스 논리학>은 마치 '인간에게는 올바른 추론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책처럼 느껴진다.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했던 '논리학의 난제'를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 논리적 사고를 위한 두뇌 트레이닝의 필요를 느끼는 독자들, 취미로 수준 있는 퀴즈를 즐기고 싶은 독자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