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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생물 이야기 - 상상을 초월하고 예측을 불허하는, 개정판 ㅣ 이상한 생물 이야기
하야가와 이쿠오 지음, 데라니시 아키라 그림, 김동성 감수, 황혜숙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생물보다 글쓴이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더 튀는 책.
아이들에게 선물하지 마세요!
일본에서 '이상한 생물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는 이 책을 만났을 때, 나의 첫 번째 충격은 "이런 생물이 있을리 없어"라고 외칠 만큼 괴상한 생김새를 가졌거나 요상한 생태 습성을 가진 생물과의 만남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 책과 맞닥뜨린 나의 첫 번째 충격은 이 책의 '설명' 방식이었다. 책의 소재나 판형, 그리고 본문 서체 크기를 봤을 때, 당연하게 나는 이 책이 아동을 위한 도서일거라 제멋대로 생각을 해버렸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내용이 '성인 버전'이다. 첫 생물과의 만남에서부터 당황스럽게 그지 없다. 동해와 태평양의 난류 해역에 서식한다는 "집낙지"을 들어보자. "암컷은 체내에 남겨진 여러 수컷의 페니스 다리로 수정을 한다. 이러한 집낙지의 생태는 비아그라를 챙겨 먹고 각종 '페니스 강화 훈련'에 밤낮 없이 열을 올리는 남자들에겐 실로 바짓가랑이를 움켜잡고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프로이트적 악몽이 아닐 수 없다"(12).
그 모양이 온천장 마크와 비슷해서 일본에서는 '여관'의 은어로 쓰이기도 했다는 "물구나무해파리"에서는 "여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남녀의 모습은 아직 연인들에게 수줍음이란 것이 존재하던 시대의 풍경이 아닐까"(40)라는 설명과 함께 여관 앞에 선 남녀의 모습까지 삽화로 등장한다!
로맨틱한 빛의 춤사위가 수많은 여성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바다반딧불"에서는 "황홀한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그녀를 멋진 레스토랑으로 안내해서, 칵테일을 한 잔 먹인 후"(96)라는 설명이 말줄임표로 끝난다. 도대체 무엇을 상상하라는 말줄임표인지 대략난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육체적 관계는 없다", "여고생을 좋아하는 중년의 아저씨"라는 표현까지, 책 전체에서 민망하고 불쾌한 표현들은 대략 이정도지만 아무리 분량이 적다고 이런 이야기들을 유머와 위트로 넘겨야 할까. 글쓴이의 수준이 의심스러울 만큼 상당히 불쾌한 농담이다.
위의 내용들을 제외한다면, <이상한 생물 이야기>는 백과사전식의 딱딱함을 벗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체 설명 방식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동족을 집어삼키는 "갯민숭달팽이"를 보고, 저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들의 삶은 늘 굶주림과 시기심 그리고 공포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36).
이 책에서 만난 가장 이상한 동물은 '지옥의 흡혈 오징어'라는 학명이 붙여졌다는 "흡혈박쥐문어"(112)이다.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상상이 빚어낸 생물이 아니기에 더 신기하다. <이상한 생물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얼마나 무수한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상하다기보다 신비롭다. 이와 같은 생명의 신비를 접할 때마다, 지구가 자신만의 것인양 생활하는 인간의 교만함을 반성하게 된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생물들의 모습이 일러스트라는 것이다. 컬러판 사진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