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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걷기여행 -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녹색연합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서울과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반면, 환경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걸을 만한 좋은 길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도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길,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수평형 걷기를 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역사, 문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그 길을 우리가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리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서울의 대표적인 생태길, 서울성곽길 얘기입니다"(8).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서울이 성곽에 둘러쌓인 수도라는 사실을 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경북궁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싼 성곽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서울을 그릴 때도 그런 그림은 전혀 그려지지 않았었다. "남산 등허리에는 6백년 전에 쌓았던 성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정도로 한결같이 지금의 그 자리"를 지켜온 성곽의 존재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말이다.
<서울성곽 걷기여행>은 빌딩 숲을 헤치고, 우리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는 서울의 성곽길을 다시 찾아주고 있다. 걷기여행의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에도 다양한 역사, 문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서울성곽길은 남산 - 낙산 - 백악산 -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18.6킬로미터의 서울성곽을 따라가는 길(14)이다. 이 책에서는 총 4코스로 나누어 '서울성곽 걷기여행'을 추천한다.
1코스 남산은 숭례문에서 장충체육관까지 약 6킬로미터로 4시간 소요, 2코스 낙산은 장충체육관에서 혜화문까지 약 5.5킬로미터로 3시간 소요, 3코스 백악산은 혜화문에서 창의문까지 약 5.5킬로미터로 3시간 소요, 4코스 인왕산은 창의문에서 숭례문까지 약 6킬로미터로 4시간이 소요되는 길이다. 현재 서울성곽은 3분의 2 정도가 복원되었고 지금도 계속 복원 중(16)이라고 하는데, 서울 성곽길 각 코스는 최소 5킬로미터 이상으로 대체로 산을 오르내리는 길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 3코스는 군사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출입하기 전 신분 확인받아야 하니, 잊지 말고 신분증을 필수품으로 챙겨야 한단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 서적이라기보다 문화유적 답사기 같은 느낌이 강하다. 서울 성곽의 역사는 물론 공법이나 재료, 형태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성곽길이 방치되고 있거나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매함에 대한 쓴소리도 담아내고 있다. 무조건적인 찬양 일색이 아니라, 애정에서 나오는 쓴소리는 이 책이 서울 성곽길에 대한 얼마나 깊은 애정으로 쓰여졌는지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준다. 그중 "자연스러운 생태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그 일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도 힘을 모아야 했으나 그러지 못해"(85) 서울의 보물이자 동시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청계천' 복원 이야기가 너무도 아쉽다. 인왕산과 백악산의 원래의 물줄기가 콘크리트로 된 주택가를 만나며 모두 하수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지금 청계천에 흐르고 있는 물은 인공적으로 끌어온 것이라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이제까지 아름다운 하천을 되살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서울 성곽길을 따라 걷는다면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가치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을 듯하다. 역사의 발자취와 오늘을 돌아보는, 배움이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되리라. <서울성곽 걷기여행>은 걷기여행으로 다져지는 건강 이외에도, 의식까지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