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여행 -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전성수 지음 / 두란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말씀 속에 온전한 치유가 있다!

 
내적 치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꼭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 역시 내적 치유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내적 치유 프로그램은 신비적인 성향을 띠고 있기도 하고, 어떤 프로그램들은 비성서적인 사상이 교묘하게 섞여 있기도 해서 '내적 치유'는 분별력을 가지고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적 치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성경 인물들의 심리를 읽어내며, 성경 안에서, 그리고 믿음 안에서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시는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성경 인물들이 매우 친숙한 이웃으로, 나와 같이 상처를 가진 한 사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해준다는 데 있다. 성경인물이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다윗의 가정사이다. 저자의 해석이 탁월하고 독특하다. 다윗과 바세바 사이의 자녀들은 다윗에게 반역하거나 패륜을 저지르지 않았다(89). 그러나 다윗의 첫째 아들 암논은 자신의 여동생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동생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다. 압살롬 역시 자신의 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아버지의 사랑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신의 어머니뻘인 아버지의 후궁들을 범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했다. 아도니야 역시 아버지에게 반역하고, 아버지를 모시던 아비삭을 자신의 아내로 달라고 요구했다(88). 암논도, 다말도, 압살롬도, 아도니야도 사고가 터졌을 때 다윗과 의논하거나 대화하지 않았다. 하나님께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는 극찬까지 들었던 다윗인데, 그의 가정은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와 자녀의 애착관계에서 찾고 있다. 이른 나이에 험한 도피 생활을 해야 했던 다윗이 자녀와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라는 것이다. "왕이 되기 전에는 쫓기는 생활 때문에, 왕이 된 다음에는 정복 전쟁과 나랏일에 바빠서 자녀들과 따뜻한 사랑의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88-89). 또한 저자는 압살롬을 그렇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용소한 다윗이 그것을 표현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던 다윗에게서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이 한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아니던가?"(54-85)

이밖에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남편이 아니었던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해석도 새로웠다. 저자는 이 여인의 사연이 창녀였거나 문란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혼법이라는 율법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즉, 첫 남편과 결혼했는데 남편이 일찍 죽었기 때문에 율법에 따라 남편의 동생이나 친척들과 차례로 결혼을 했고, 그때마다 엘이나 오난처럼 남편이 죽어 다섯 남편을 두고, 지금 여섯째 남편과 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여인은 '남편 잡아먹는 여자'가 된 것이다(164).

저자는 야곱의 예를 들며, 믿음과 상처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믿음이 있어도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믿음과 상처는 다른 것이다. 믿음이 있어도 상처는 치유 받지 못할 수 있다.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을 하고 복을 받고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치게 되었다. 이후 야곱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지냈다. 요셉이 평생 이집트에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믿음을 심어준 사람이 야곱이다. 하지만 야곱은 평생 동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44-45).

성경에는 이처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편의 충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평생 불행하게 산 아내의 모델이 라헬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자신의 마음이며, 내적 치유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46). 

저자는 치유의 시작은 자신을 바로 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영적인 것이든 모든 치유는 자신의 문제를 바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120). 그런 점에서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여행>은 자존감이 낮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성경인물들을 통해,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하나님의 말씀이 상처를 회피하고 감추려고 하는 자기방어을 헤치고, 우리의 심령에 파고든다. 예수님의 사랑 앞에 우리의 저항은 무력할 뿐이다. 

의학이 놀라울 만큼 발달한 현대에도 마음의 병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상담학과 약학이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마음의 병은 오직 우리의 깊은 곳까지 통달하시는 '영이신 하나님'만이 온전히 치유하실 수 있음을 믿는다. "현대처럼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몸의 질병은 오히려 쉽게 치유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아직도 매우 어렵다. 그런 상처를 인식하기도 어렵고 진단하기도 어려우며, 그것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38년 동안 누워 있던 병자가 예수님을 만난 순간 바로 치유가 일어났듯이 성령이 역사하시면 너무나 쉽게 내적 치유가 일어난다"(122).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치유에서 한발 나아가게 해준다는 것이다. 보통 '치유' 자체에 목적을 둔 프로그램은 자칫 '과거'와 '상처'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는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좇아다니는 중독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치유여행>은 치유와 교육을 병행한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우리의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시야를 열어준다. 하나님께 붙들린 사람에게 '상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는 훈련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처까지 들어 사용하시며, 우리를 준비시키신다.

이 책은 성경인물을 통한 내적 치유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의미있는 관점까지 제시해주고 있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교재나 소그룹 나눔 교재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성경 인물들을 통해 말씀 속에 숨어 있는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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