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돌보심에도 우리는 왜 불안해 하는가
한나 W. 스미스 지음, 김진선 옮김 / 두란노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어릴 때부터 암송해왔던 시편 23편 말씀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이신데, 그런데 내 생활에는 왜 이렇게 부족한 것 투성이인지 모르겠다.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눈을 감으면 온통 없고, 없고, 없고, 내게 없는 것들만, 부족한 것들만 잔뜩 머릿속에 차오른다.

"맑고 깊은 영성으로 '19세기 잔느 귀용'이라 불리는 신실한 여인"이라고 소개되는 저자 한나 W. 스미스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다룬다. <하나님의 돌보심에도 우리는 왜 불안해하는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의문이다. "하나님은 자기가 주는 멍에는 쉽고 짐은 가벼울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정작 그의 자녀들의 영적 삶은 왜 그토록 괴롭고 힘든가? 끝없는 의심에 시달라고 불안과 염려에 짓눌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진정으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을 지켜 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10).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과감하게 도전하다.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요즘 "장관 딸 특혜 파문"이 확대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장관 딸로 태어나지 못해 억울하다"는 성토가 터져나오고 있는데, 나의 형편을 돌아보면 신의 딸로 살아가는 내가 장관 딸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토록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에서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님을 불신하는 데 있다"(39).

우리의 평안의 근거를 하나님의 이름에서 찾고 있는 저자는 우리의 불안을 철저히 믿음의 문제로 풀이한다. "하나님의 돌보심에도 우리는 왜 불안해하는가", 저자는 한마디로 하나님에 대한 오해와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복잡할 게 아무것도 없다. 단순하게 믿고 믿음대로 살면 된다.

"목자의 보호하심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방해물은 두 가지밖에 없다. 양이 자기를 신뢰하지 않거나 그분의 보호를 거부하는 경우다. (...) 사실 양 중에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할 녀석이 한 마리도 없다. 하지만 양보다 훨씬 똑똑한 인간은 끊임없이 이런 행동을 한다"(70).

내가 저자의 대답을 듣고 느낀 감정은, 그녀가 직접 경험했던 한 일화와 닮은 것이었다. 그녀는 신앙 여정에서 심각한 의심에 빠져 극심한 혼란을 겪을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우연히 깊은 신앙심으로 명망 옾은 한 부인과 몇 주간 가까운 곳에 살게 되어, 용기를 내서 그 부인을 만나러 갔단다. 깊은 관심을 가져 주며 자신을 돕기 위해 진정으로 애를 써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 속의 어려움을 모두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깊이 공감해주며 위로해주길 기다리는데, 그녀는 간단히 이렇게만 말했다고 한다. "그래요, 자매님이 한 모든 말이 정말 맞을 수도 있겠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하나님이 계시잖아요"(277). 그녀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필요한 말을 다 했다는 듯 앉아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한나 스미스가 그녀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은 "그렇겠지만 하나님이 계시답니다"가 전부였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대답이요, 결론이다. 하나님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궁극적이며 가장 중요한 교훈은 오직 하나님으로 우리의 모든 필요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270).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어쩌면 이러한 대답은 공허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한나 스미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일곱 명의 자녀들 중 네 명이 요절했고, 남편의 사역 실패와 사고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고, 노년에는 재정난과 건강 문제가 그녀를 괴롭혔다고 한다. 이 책에 담긴 영적 통찰과 권면은 고난의 샘에서 길어올려진 은혜의 단비이며, 그녀가 부른 평안의 찬송은 고난의 한가운데서 선포된 믿음의 고백인 것이다.

한나 스미스는 불안에서 평안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일러준다. 그녀에게 배운 평안의 비결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가르침은 바로 "자기 반성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아란 '나'라는 거대한 존재 중심에 위치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156). 우리는 자주 자신을 점검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하고 있는가? 충분히 회개했는가? 내가 가진 감정이 타당한 것인가? 종교적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가? 영적인 일에 대해 마땅히 쏟아야 할 관심을 갖고 있는가?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가? 다른 것에서 못지않게 성경에서 기쁨을 얻는가?"(156)

그러나 한나 스미스는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비참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고 경고한다. "성경에 자기 점검을 요구하는 명령이 많다는 생각이 팽배한 나머지 이 작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참으로 진정 어린 경건한 행위라고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자기 점검 작업은 우리를 비참한 상태로 떨어뜨린다"(157).

자기 점검의 함정에 빠져 무력감과 절망감에 삼킴을 당하지 않으려면, 시선의 방향을 전환하라고 권면한다. 그것은 '나'가 아니라 '그', 즉 주님 바라보기이다! 우리가 할 일은 나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옛사람"(자아)은 개선시키고 훈련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벗어 버려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자기 점검에 대한 성경적 법칙은 자아를 살피고 점검해서 더 나아지라고 하지 않고 아예 자아를 벗어 버리라고 권한다"(161-162).

"천성으로 가는 데는 오직 즐겁고 확신에 찬 믿음만 있으면 된다"(165).

자기 반성의 결과로 오는 자기 비하라는 늪에 나는 얼마나 자주 빠져들었던가. 한나 스미스는 "자기 반성에 집착하는 것은 식품을 구입하러 시장을 가지 않고 텅 빈 냉장고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과 같다"(164)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자기 비하의 늪에서 건짐을 받고 보니, 그동안 나를 불안하게 했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아졌다. 자아를 벗어버리고 오직 주님을 바라보리라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내 영혼은 말할 수 없는 평안과 자유를 느낀다.

한나 스미스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가는 곳마다 침울함과 불안함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 책은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뜻을 우리의 가슴에 새겨준다. 어떠한 형편에 처하든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선포할 수 있는 믿음의 내공을 기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