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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의 하느님께 아름다운 일
맬컴 머거리지 지음, 이정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의인 열 명이 없었던 소돔과 고모라는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만일 우리 사회에 마터 테레사와 같은 분이 열 분만 더 계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인류의 역사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의 삶에, 우리의 기억 속에 마더 테레사와 같은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절실해진다.
시그마북스의 <마더 테레사의 하느님께 아름다운 일>은 '마더 테레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발간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맬컴 머거리지는 캘커다 뒷골목의 마더 테레사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라고 한다. 1971년 처음 출간되었다는 이 책은 마더 테레사가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알려지는 과정과 그 내용을 담았다. 마더 테레사가 한 일을 바라보는 제3자의 증언도 있고, 마더 테레사의 가르침도 있고, 마더 테레사와의 첫 인터뷰도 읽어볼 수 있다.
그동안 읽었던 마더 테레사에 관한 내용은 그녀의 기도문과 명언과 같은 가르침들뿐이었기 때문에 그녀에 세상에 알려지는 '초기'의 분위기와 그 과정을 읽을 수 있어 신선했다. 특히 저자 맬컴 머거리지는 성공한 방송이자 논객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영국의 저널리스트라고 하는데, 군더더기 없으면서 깊이 있는 그의 글 덕분에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알바니아 출신의 이 수녀는 "가나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부르심을 받고 세상에서 가장 궁핍한 곳으로 알려진 곳으로 갔다. 종교에 회의적이었던 저자는 마더 테라사가 하는 일을 지켜본 후 이렇게 증언한다. "수녀인 그녀는 체격도 왜소한 편인데다 수중에 가진 돈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특출하게 영특하거나 설득의 기술을 타고난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는 그녀의 가슴과 입술에서 반짝이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섬기는 주님의 뜻에 따라 거리에서 죽어가는 모든 부랑자들을 자신으로 여기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이행할 준비가 돼 있었을 뿐이다. 또한 모든 버려진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물론 버림받은 태아들이 내는 작고 미약한 소리에서도 베들레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었다"(33).
마더 테레사, 그녀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우리가 하나님에게 품고 있는 사랑의 표현일 뿐이죠.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누군가에게 퍼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섬기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거니까요"(133). 이보다 더 절절하게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밖으로 내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 낮은 자를 섬기는 그녀의 손길은 다름 아닌, 신을 향한 예배요, 신께 드리는 경배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은 사람 사랑으로 이어지고, 사람 사랑은 다시 하나님 사랑으로 이어지며, 그 둘은 그렇게 맞닿아 있었다.

마더 테레사는 가난 때문에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사회에서 버림받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라고 말한다(33-34).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20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확실히 알게 된 점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질병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거예요"(135). 버림받고 굶주리며 자신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라고 느끼며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 기꺼이 섬기는 손길이 되어주었다.
맬컴 머거리지는 "통계적으로 따져보면 그녀가 성취가 것은 미미하다 못해 무시해도 좋을 만큼 보잘것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40)고 말한다. 그렇다. 어쩌면 어느 한 시대, 지구촌 한 귀퉁이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그 많은 사람 중 그중에 몇몇을 섬기는 일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살았을 때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죽어간다고 해서, 그들이 좀더 존엄하게 죽어갈 수 있도록 돌본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그러나 맬컴 머거리지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게 또 아닌 것이 기독교는 삶을 통계적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고.
'편리'를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교회까지 침투하여 교회가 성장하려면 주차장 시설이 좋아야 한다, 위치가 좋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맬컴 머거리지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려는 목적으로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에서 금욕적인 요소들을 완화시키고 위험요소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결국 성 프란체스코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시대에 가장 탐욕스러운 영혼을 지닌 사람들 중 일부를 그의 주변으로 불러 모으게 한 그 유쾌함은 바로 나병환자의 흉측하게 짓무른 상처에 입을 맞추는 행위에서 나왔다"(71-72).
<마터 테레사의 하느님께 아름다운 일>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내 가슴에 무거운 돌이 되어 내려앉았다. 그녀의 삶은 내 믿음과 내 삶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무거운 과제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그런 '특별한' 일을 하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마더 테레사의 일을 돕는 앤드루 신부의 대답 한마디가 계속해서 마음을 때리고 있다. "필요한 일인 게 너무 명백하니까요"(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