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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ㅣ 걷기여행 시리즈
제인 에깅턴.닉 오도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걷기에 완벽한 곳!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비롯하여 제주도 올레길까지 '걷기'를 주제로 한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산티아고 순례의 길은 구도의 걸음을 목적으로 하고, 제주도 올레길은 제주도의 멋과 향을 음미하는 걷기 일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뉴욕 걷기여행>이 제안하는 뉴욕 여행은 '걷기'가 목적이 아니다. 뉴욕 곳곳을 탐험하며 뉴욕을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걷기'라는 아날로그 방식의 여행을 권장하는 것이다. '걷기'를 목적으로 한 여행은 사실 '고행'에 가까운데, <뉴욕 걷기여행>은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여행이다.
사실 많은 외국의 거리는 한 낮에도 혼자 걸어다녀서는 안 되는 위험지역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뉴욕 걷기여행>을 보고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단 지저분하고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은 뉴욕 지하철! <뉴욕 걷기여행>은 이렇게 답한다. "그러나 일부 여행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뉴욕 지하철이 위험하거나 불쾌하지는 않다. 물론 밤 10시가 지나면 지하철 운행 간격도 뜸하고 뉴욕 시민들마저도 야간 지하철 이용을 꺼리므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하지만 적어도 낮 시간 동안은 지하철이 뉴욕에서 가장 빠르고 저렴한 이동수단이다"(17). "이스트 빌리지의 밤거리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늘 그렇듯 조심하는 게 좋다"(144). 조심은 해야겠지만 내가 우려했던 것만큼 뉴욕이 위험하지 않아 보인다.
<뉴욕 걷기여행>은 왜 뉴욕을 걸으며 여행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맨해튼 섬은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몇 군데에 조밀하게 밀집해 있으며, 체계적인 격자형 도로 덕분에 길을 염려도 없다. 더구나 택시 요금이 저렴해서 뉴욕 어디에서나 각 코스의 출발지점까지 쉽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10).
<뉴욕 걷기 여행>은 걸어서 뉴욕을 탐험하는 총 14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미술관이 집결한 박물관 단지 '뮤지엄 마일'을 시작으로,
뉴욕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센트럴 파크',
예술과 공연, 상류층 대저택들과 고급 부티크 등 뉴욕을 쇼핑의 제국으로 만들어주는 '애버뉴'(2개 코스로 나뉜다),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공연 예술 단지인 '링컨 센터에서 케네기 홀'까지,
꺼지지 않는 빛의 향연으로 '위대한 하얀 길'(The Great White Way)이라는 별명을 얻은 '브로드웨이' 일대,
세계 어떤 도시도 넘볼 수 없는 환상적인 맨해턴의 마천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일대,
예술가와 작가, 혁명적인 반항아들의 소굴이었던 초록빛 보헤미아 '그리니치 빌리지',
역동적인 밤문화와 색다른 외식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2번 애버뉴 일대(이스트 빌리지),
이민사회의 단면과 다국적 문화를 탐색할 수 있는 '이스트 빌리지 일지 일대',
뉴욕 최고의 쇼핑가이자 갤러리가 즐비한 예술의 거리 '소호',
미식가의 길 '리틀 이탈리아와 차이나타운',
뉴욕의 상징 브루클린 다리에서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을 감상하는 해안 산책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까지
9.11 테러의 상처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꿈꾸는 세계금융의 심장 '로어 맨해튼'까지.
<뉴욕 걷기여행>은 뉴욕이 금융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예술의 도시, 문화의 도시라는 사실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책을 통해 미리 가본 뉴욕의 거리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양한 미술관이 집결한 박물관 단지 '뮤지엄 마일'인데, "몇몇 박물관은 한때 20세기 백만장자들이 살았던 대저택으로, 아름다운 건축물 자체도 소장품 못지않게 귀중한 예술품"(28)이라고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도시이지만, 뉴욕이 품고 있는 문화 유산과 아름다움과 멋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 않아 보인다.
<뉴욕 걷기여행>은 항공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실사에 가까운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만나보기 전까지는 '뉴욕'이라는 도시에 막연한 환상을 품어왔는데, 지금은 구체적인 뉴욕 풍경과 지도가 마음에 그려진다. 다만, 지도가 페이지 양쪽으로 걸쳐질 때는 가운데 맞물리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