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왜곡의 역사 - 성서비평학자 바트 어만이 추적한
바트 D. 에르만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복음서의 예수는 훗날의 해석이다?

 
<예수 왜곡의 역사>는 "복음서의 예수는 실제 예수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아니라 에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훗날의 해석"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기독교의 전통 교리, 즉 천국과 지옥, 삼위일체, 예수의 신성 등은 모두 기독교인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성서비평학자인 바트 어만은 기독교 교리에 따라 성경의 조각들을 짜 맞추는 과정에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역사비평적 방법을 통해 사복음서를 연구하며, 성경에 나타나는 모순과 불일치를 파헤쳤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난 예수의 가계도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며,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요일도 서로 다르다. 역사비평에 의하면, 마태복음의 저자는 마태가 아니고, 요한복음의 저자도 요한이 아니다.

그러나 <예수 왜곡의 역사>에서 제기하는 이러한 문제들이 신학을 전공한 내게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다만, "신학교에서 배우고, 교회에서 잊히다"라는 말처럼, 신학교에서 배운 사실을 교회에서 가르치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날을 교회는 '성금요일'이라 부르며, 성일로 기념한다. 그러나 사복음서를 연구해보면 예수님이 돌아가신 요일이 일치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폭로(!)하지 않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고자 함이 아니다. 학문에도 단계가 있고, 배움에도 순서가 있듯이 그러한 사실을 논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이해와 지식적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수 왜곡의 역사>는 성경의 모순을 '오류'라고 지적하는데, 나는 성경 안에 모순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오류라고 보지는 않는다. 성경의 모순을 오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 만일 기독교가 성경을 짜집기 하며 교리를 만들어내면서 '역사적 예수'를 의도적으로 변형시키고 왜곡하고자 했다면, "왜 성경 안에 존재하는 그러한 모순을 그대로 놓아두었을까?" 신학이 아닌 신앙적인 견지에서 나는 성경에 나타는 모순을 영적인 신비, 또는 하나님의 수수께끼라고 보고 싶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주님의 가르침은 오직 거듭난 제자들에게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경의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 사람들에게만 역사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괴테가 <파우스트>를 썼을 가능성을 컴퓨터로 분석했더니 그 가능성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분명 <파우스트>의 저자는 괴테가 맞지만, <파우스트>에 녹아 있는 사상과 철학과 묘사와 표현은 오로지 괴테 자신에게서 나온 그 무엇이 아니라, 괴테가 받은 '영향'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하나의 문서로만 접근하는 것은 인간을 물질로만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믿음'이라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예수 왜곡의 역사>가 주장하는 내용은 역사비평, 즉 과학적 비평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특별히 신학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성경에 나타나는 모순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성경 안에 나타나는 모순과 교회의 전통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도전과 과제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바이다. 학문(신학)의 즐거움이 믿음의 토대를 다지고, 그 뿌리를 더 든든히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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