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떠난 마카롱 - 트렌드의 탄생과 확산의 미스터리
기욤 에르네 지음, 권지현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트렌드의 탄생과 확산의 미스터리


"가벼운 일일수록 무겁게 다뤄라"(23). <파리를 떠난 마카롱>의 저자 기욤 에르네는 아마도 이 말이 트렌드사회학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사회학을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 떠오른다. 도무지 학문처럼 여겨지지 않는 일상을 주제로 사회학적 '담론'을 생산해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웠다. 트렌드의 탄생과 확산의 미스터리를 탐구하는 <파리를 떠난 마카롱>을 읽은 것도, 트렌드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라기보다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사회학적 시각과 통찰력을 기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삼을 만큼 '트렌드'가 그렇게 중요할까? <파리로 떠난 마카롱>은 트렌드가 가벼운 현상으로 보일지 몰라도 사회학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고 단언한다. 트렌드사회학은 유행의 생산조건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유행이라는 사회현상에 숨은 법칙을 발견하고자 한다.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렌트를 이해하는 것은 취향의 모방과 확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취향이 사회적 표지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꿰뚫어보는 것이다"(22). 우리는 자유롭게 행동하는가? 아니면 사회집단이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은밀히 구속하는가? 트렌드사회학은 바로 이 물음에 대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 인간은 왜 트렌드라는 획일성을 선택할까? <파리를 떠난 마카롱>은 대중의 취향을 좌지우지하는 집단의 힘을 추적하며, 개인의 선택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고찰한다. 다시 말해, 트렌드사회학은 집단적 취향의 변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그러한 의문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담고 있다. 첫번째 문제는 취향의 탄생, 다시 말해 트렌드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처음부터 트렌드가 되도록 만들어진 아이템이나 행위가 있을까? 한 사회 안에서 취향은 어떻게 번져나가는가? 저자는 모방의 메커니즘만으로는 유행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트렌드사회학을 지배하는 두 가지 가설을 제기한다. 첫번째 가설은 개인을 조종하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인을 초월하는 이 힘은 특정한 트렌드에 동조하도록 개인을 조종한다. 두번째 가설은 각 개인의 결정이 수렴된 결과를 트렌드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개인은 특정한 전략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트렌드사회학에서는 이 두 가지 가설이 첨예하게 대립한다(58).

<파리를 떠난 마카롱>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 자신의 명제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을 취합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음모론에서부터, 기호학적인 분석으로 트렌드가 한 시대의 메타포임을 증명하는 이론(롤랑 바르트), 우리의 행동은 인간의 문화적 삶을 지배하는 밈(meme)의 영향을 따른다고 보는 이론(리처드 도킨스), 구별되고자 하는 욕망과 소속되고자 하는 모순된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트렌드를 해석하는 이론(게오르크 지멜) 등 트렌드 현상을 이해하는 다양한 해석을 소개한다.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따라 할 수도 있고, 따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회학적 시각은 개인의 선택을 지배하는 유행과 트렌드의 메커니즘의 실체를 파헤친다. 하나의 법칙으로 귀결되지는 않지만, 트렌드를 이해하는 다양한 해석을 접할 수 있다.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사회학적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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