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삶
김태광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그는 만남으로써, 나는 가족을 다시 보게 되었고,
앞에 놓이는 길보다 뒤에 남겨지는 삶의 자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책 머리에)
 


앞에 놓이는 길보다 뒤에 남겨지는 삶의 자취가 얼마나 중요한가. 어쩌면 나의 '내일'은 당연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얕은 믿음이 '오늘'을 허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내일에 대한 기대가 오늘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의 삶이 내일을 결정짓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한 선생님께 '과거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게임을 배운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주먹쥔 손에서 검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시며 "과거 현재를 지배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표시되는 숫자를 맞춰보라고 하셨다. 손가락 3개를 들어보여주시면 몇 개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셋(3)'이라고 대답했지만 '일(2)'이라고 하셨다. 다시 손가락 다섯 개를 들어보이시며 몇 개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셋(3)'이라고 대답하셨다. 규칙을 알 수 없는 우리는 그저 '찍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의 힌트는 '과거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말 속에 있다. 정답은 바로 앞에 나온 숫자가 현재의 숫자가 된다는 규칙 속에 있었다.

<후회 없는 삶>은 뒤에 '내일'이 지워져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재소자 '강우영', 그의 인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지난 날'의 잘못이다. 그러나 그는 원하는 '내일'을 마음껏 꿈꿀 수 없지만, 형벌로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뒤에 남겨지는 삶의 자치'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 남겨지는 삶의 자치, 그것이 곧 그의 '내일'인 것이다.

<후회 없는 삶>은 우연한 편지로 시작되었다. 2009년 <영남일보>에 실린 작가의 칼럼을 읽은 재소자 한 사람이 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특수 강도죄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과 9범의 강우영, 현재 그의 꿈은 범죄 예방에 관한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이다. 아내를 위해,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우영은 이 책의 저자 김태광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중한 거절과 기꺼운 승낙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돕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와 매주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 가지 생각에 계속 사로잡혀 지냈다고.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그 한 가지 오늘의 이 책을 만들었다.

과거의 잘못으로 내일이 지워진 채, 형벌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강우영. 그가 다시 꿈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 없었다면, 어쩌면 그는 '후회'가 무엇인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진정한 회개는 반성이 아니라, 돌이킴이라고 한다. '아버지 아닌 아버지'로 살아가야 하는 '강우영'에게 지나온 날들은 하루하루가 모두 '후회'일 뿐이다. 후회, 후회, 후회로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남겨질 그의 삶의 자취는 후회가 아닌 사랑으로 채워지리라는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스스로를 돌이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안 되는 모든 원인을 나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았던 것입니다"(235).

사랑은 참 힘이 세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263). 후회 없는 삶, 정답은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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