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 사진으로 보는 그의 삶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2
레나테 베트게 & 크리스티안 그레멜스 엮음, 정성묵 옮김, 김순현 감수 / 가치창조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것이 끝이다, 하지만 내게는 생명의 시작이다"(219).

세상이 시끄럽다.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말이 홍수를 이룬다. 저마다 책임을 따져 묻고,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자기를 주장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똑똑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본을 보여주는 선구자가 아닐까. 옳고 그름을 '말'로만 주장하는 사람은 '위선자'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무리가 바로 기독교 신앙인들이 아닐까 싶다. 성경적인 메시지의 선포는 '성경적인 삶'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삶 자체가 구원이요,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표적이요,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계시였듯이, 예수의 제자된 성도도 믿음으로 사는 '삶'으로 말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로 작정한 자마다,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경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가장 존경하는 신학자이자 목회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운동의 선구자로, 히틀러에 대항하다 처형되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유태인들을 옹호하며,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도 교류한 평화주의자이면서, 히틀러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본회퍼 목사님이 삶으로 남긴 신앙의 유산은 바로 '행동하는 신앙'이었다. 히틀러 암살시도가 실패로 끝난 다음날인 1944년 7월에 쓴 그의 편지에 이런 글이 있다. "나를 거룩한 듯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믿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깨달아가고 있다. 완전히 세속적인 삶 속에서만 믿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214).

우리나라에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살인을 금하는 교리를 신봉하는 종교인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싸웠던 역사가 있다. 그러나 본회퍼 목사님은 조국 독일이 자행하고 있는 죄악에 대항하여 싸웠다. 그의 삶으로 하나님의 정의가 무엇인지, 성경적 가르침이 무엇인지 선포한 것이다. 독일 거주 유태인들에 대한 핍박을 목격한 본회퍼는 정치적 저항에 가담하며, "유태인 문제에 직면한 교회"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기독교의 선포를 위험에 빠뜨리는 교회는 스스로를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와 관련해서 세 가지 행동을 해야 한다. 첫째, 교회는 국가의 행위가 합법적이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국가의 행위에 희생당한 자들을 돌보아야 한다. 교회는 모든 사회 질서의 희생자들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 심지어 그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그래야 한다. 세 번째 행동은 바퀴에 짓밟힌 사람들의 상처만 싸매주는 것이 아니라 바퀴 자체를 멈추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가 취해야 할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이다"(84-85).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가 거센 저항과 비난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실종되고 세속적인 권력 다툼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회퍼 목사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믿음을 실현해야 하는 영역은 '세속적인 삶'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세속적인 삶 가운데 우리의 믿음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본회퍼 목사님의 일생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사회는 본회퍼와 같은 신앙인 한 사람을 목말라 하지 않을까. 

가치창조에서 발간한 <디트리히 본회퍼>는 '사진으로 보는 그의 삶'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본회퍼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화보집 성격의 전기이다.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간직한 독일의 엘리트 가정에서 태어난 가족적 배경에서부터, 그가 살고 죽었던 독일의 시대적 상황까지 아우르고 있다. 본회퍼 목사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것도 같지만,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본 회퍼의 삶은 행동으로 표현된 신앙이었다. "이것이 끝이다, 하지만 내게는 생명의 시작이다"(219)라는 그의 마지막 말처럼, 이 땅에서의 그의 생명은 끝났지만,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고, 짧았던 그의 생애는 지금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많은 신앙인들의 가슴에 도전의 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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