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발견하는 여행 -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있다
케빈 리먼 지음, 오현미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를 이해하는 열쇠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그 사람을 움직이고 있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스터 키이다. 자기 자신을 알려고 오랜 세월 애써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지 않으면 결코 자신을 알 수 없다"(9).
<나를 발견하는 여행>은 어린 시절로 떠나는 여행이다. 저자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지 않으면 결코 스스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린 시절로의 여행이 불편하다. 어쩐 일인지 내 머릿속의 카메라는 어린 시절을 기억하려 할 때마다 가장 좋지 않은 기억부터 재생시켜주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기억도 많은데 왜 나는 좋지 않은 기억부터 떠올까. 심리학을 공부하고,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강박적인 습관이 생겨난 듯 하다. 좋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어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말이다.
그러나 <나를 발견하는 여행>은 꼭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을 헤집어 내라고 몰아부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고, 그 감정은 감동적일 것일 수도 있고, 경이감일 수도 있고, 아무 무서웠던 것일 수도 있고, 극도로 행복했거나 극도로 슬펐던 것일 수도 있다. 저자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지금의 그 기억을 갖고 있는 이유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는 스냅 사진인 것이다"(67).
<나를 발견하는 여행>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잊고 있던 몇 가지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어린이 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저자의 설명과 연결된다. 한 가지 기억은 초등학교 등교길에 있었던 일이다. 이른 아침 학교 운동장을 걸어가는데 앞에 목발을 짚은 남학생과 그의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누나가 보였다. 그런데 몇몇 친구들이 목발을 짚은 아이들을 놀렸다. 그 아이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고, 누나는 무시하라며 달래고 있었다. 이상하게 나는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슬픔이 차올랐고 마치 내가 그 누나가 된 듯이 화가 났었다. 지금 생각해도 대신 싸워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그리고 나는 이와 비슷한 몇 가지 기억을 더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나의 기억은 "출생 순서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4장)는 설명하고도 연결된다. 가운데 아이들은 매개하고 협상하며 절충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모습이 담긴 기억을 많이 갖게 된다고 한다(93). 또한 누군가와 비교당했던 기억, 부당하다고 여겨졌던 상황에 대한 기억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 2남 2녀 중 둘째인 내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돕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왔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 꿈을 반영하고 있다.
"가운데 끼인 아이는 “나는 갈등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여 모든 이들이 행복해할 때에야 비로소 존재 가치를 느낀다.”는 라이프스타일을 갖는다"(121).
<나를 발견하는 여행>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출생 순서로 결정되는 성격 등이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나를 발견하는 여행>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 "(취미나 적성 등의) 관심사", "사람들과 어울려 일할 때 더 편안한가 아니면 혼자 하는 일이 더 편안한가 하는 문제", "감정 처리 방식" 등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17).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미 지나간 것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다루느냐에 따라 현재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지나간 과거이지만, 우리는 ’오늘’ 여기에서 나의 선택에 의해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을 바꿀 수 있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발견하는 여행>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기억에 지배되지 않고, 내가 기억의 주인이 되는 여행이다. 심리학 관련 도서를 읽을 때마다 경험하는 것이지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가 나를 이해하는 그 순간이 바로 내면적 치유의 시작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