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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최준영 지음 / 자연과인문 / 2010년 3월
평점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
노숙인과 인문학이 사회변화의 동인이 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이나 라면 상자가 아니라 ’인문학’을 들고 찾아간 이가 있다. 저자 최준영 교수는 6년 전부터 성프란시스대학과 관악인문대학, 경희대학교 문과대 ’실천인문학센터’ 등을 통해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 6년의 발자취를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책,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이다. 여기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다.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는 절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스로의 존엄을 발견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바로 인문학의 힘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교육’, 그것은 바로 절망을 치유하는 사랑이었다.
사회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한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신이든, 누군가를 비난하며 가난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고, 안 된 마음으로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탓하는 사람이든 동정하는 사람이든 직접 그 짐을 나누어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관심이나 인색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절망에 처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희망의 손을 내밀어야 할지 그 방법과 내용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의 저자 최준영 교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오해와 편견이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단순 지원과 인색한 관심으로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할 수 없다고 단언하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의 핵심을 파고 든 게 바로 인문학이었다고 대답한다. "절망은 결코 물질의 문제가 아니며, 가난은 또한 개인의 운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배태된 구조적 문제라는 걸 인문학 강좌가 비로소 환기시켰기 때문이다"(31).
’당신은 척박한 이 땅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얼마만큼의 힘을 보태왔습니까?’(258)
인문학, 그동안 ’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로 전락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배부른 사람들의 배부른 취미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위기가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위기에 ’인문학’을 말하는가? 그것은 풍요 속의 가난, 쾌락 속의 절망이 공존하는 혼돈의 세상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부를 때는 잊어버렸던 질문,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는 가난한 자, 가진 자 모두에게 대답을 해주고 있다. 노숙자와 인문학과의 만남이 가르쳐준 소중한 삶의 교훈은 우리 모두 존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고, ’나눔’이라는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척박한 이 땅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얼마만큼의 힘을 보태왔습니까?"라는 질문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것이 인문학의 힘이요, 책의 힘이리라. 나의 인생도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