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에 대한 불효만은 할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을 그리다.  


노희경 작가가 그려주는 ’어머니상’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자녀를 품어주는 ’어미’일 때가 많다.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드라마에서도 고두심 선생님이 열연했던 ’엄마’는 조금 모자란 듯 어수룩하기만 했다. 그 바보 엄마의 바보 같은 사랑이 우리를 울렸다. 나이가 들고 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아버지보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엄마의 품이 자식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가족을 지켜주는 힘은 언제라도 고단한 몸을 누일 수 있고, 지친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엄마의 손길이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말기 암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딸이 떠날 엄마보다, ’엄마 없이 살아갈 자신’을 걱정하는 그 두려움을, 나는 알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마로 만들어진 대본을 소설로 다시 재구성한 것이다. 평범한 가족 안에서 중년을 맞이한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가족은 그렇게 예기치 않았던 엄마와의 길고 긴 이별을 맞이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던 엄마의 빈자리는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엄마의 손길은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 엄마가 아프게 되자 평온한 가족의 일상과 행복은 여지 없이 깨어진다. 엄마는 가족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터전이요, 기둥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찍고 열흘을 울었다는 나문희 선생님. 나문희 선생님이 ’엄마’ 역할을 맡았던 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곧 죽게 될 것을 알게 된 엄마가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이불을 덮어 씌우고 온 힘을 다해 이불을 누르던 장면이다. "어머니,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나랑 같이 죽자! 애들 고생 그만 시키고, 나랑 같이 죽자! 어머니이..."(27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뒷편에는 노희경 작가가 쓴 그녀의 엄마 이야기가 실려 있다. "대학 때 가출한 나를 찾아 학교 정문 앞에서 허름한 일상복으로 서 있던 어머니가 언제나 눈에 밟힌다. 그때도 이후에도 왜 난 그분께 미안하단 말 한마디를 못 했을까"(371).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세단을 몰고와 차 안에서 기다리는 어머니가 아니라, "허름한 일상복으로 학교 정문 앞에 서 있던 엄마"이기에. 배운 것이 많지 않아 다른 욕심은 별로 없어도 오직 하나 가슴으로 자식을 품었던 엄마이기에. 그 엄마를 떠나보내는 우리의 마음이 이토록 애처롭고 또 애처로운 것이리라. 

"지금, 방황하는 사람들, 그대들의 방황은 정녕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어머니가 살아 있는 그 시기 안에서 부디 방황을 멈추라. 아픈 기억이 아무리 삶의 자양분이 된다 해도, 부모에 대한 불효만은 할 게 아니다." (노희경이 쓴 엄마 이야기 中에서)

요며칠 엄마가 기운이 없다 하실 때마다 가슴이 덜컥 덜컥 내려앉는다. 부모를 이미 떠난 보낸 자식들은 이 책을 읽으며 후회와 죄책감으로 가슴을 두드릴지 모르겠다. 아직 부모님이 곁에 있는 자식이라면 안도의 숨을 내쉬겠지만, 언젠가 그분들도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가야 하리라는 생각에 지레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알로카시아라는 나무를 하나 키우고 있다. 이 나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인생을 생각한다. 줄기가 새끼를 낳듯 제 안에 새로운 줄기를 품었다가 밖으로 내놓는다. 하늘로 뻗은 새로운 줄기가 태어나면, 어미 줄기는 땅으로 휘어지며 말라간다. 그렇게 계속 새로운 줄기가 태어나고 어미 줄기가 죽어야지만 이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고, 더욱 튼튼한 몸통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이별을 준비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의 다른 말일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이별이다. 이별은 찾아오고 우리 인생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아름다운 이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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