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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appy Street Sign Cleaner - 행복한 청소부 영어판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수잔나 오 옮김 / 풀빛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인생에 대해서,
특히 끊임없이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모의 교육에 대해서,
깊이 반성해보게 하는 예쁜 동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중 단연 으뜸은 "공부해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녀가 그 말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말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잘 알면서도 왜 부모님은 끊임없이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실까요? 그것은 내 자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더 궁극적인 목적은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율배반적이게도 이러한 논리가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다른 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배움만이 출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던 우리 사회에서 공부를 잘 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하지 못하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불안이 뿌리 깊습니다. 출세라는 것 때문인지 직업에도 귀천이 있다는 가치관 또한 뿌리 깊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님 중에 자신의 자녀가 길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분이 계실까요?
여기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길거리의 청소부가 있습니다. <The Happy Street Sign Cleaner>는 독일어 원작을 영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복한 청소부>라는 제목으로 한글로 번역된 책이 있습니다. 독일어를 원작으로 하는 동화가 이렇게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전하는 교훈과 감동에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하루 종일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입니다. 청소부 아저씨가 책임을 맡은 거리는 바흐,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글룩, 바그너, 헨델, 쇼팽, 괴테 등 작곡가와 작가의 이름이 붙은 독일의 유명한 거리였습니다. 청소부 아저씨는 매우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일과 그 거리와 그 거리의 표지판을 사랑하는 아저씨는 바뀌기를 원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한 엄마와 그녀의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글룩(Gluck)’이라는 표지판을 본 꼬마는 청소부 아저씨가 ’행복(Glück)’라는 단어에서 움라우트(umlaut)를 닦아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그것이 아니라, 글룩(Gluck)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의 이름을 딴 거리의 이름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청소부 아저씨는 엄마와 아이의 이 대화를 듣고 그동안 자신이 청소했던 거리가 아주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거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저씨는 그 거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종이에 바흐, 베토벤, 쇼팽, 글룩,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바그너 등의 이름을 적어놓고, 그들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랩도 하고, 도서관에도 가고, 공연에도 가고, 작가들의 책도 읽고, 음악가들의 연주도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크리스마스 때에는 자신에게 레코드 플레이어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음악가와 작가를 공부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아저씨는 대학교에서 강의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아저씨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저씨는 제의를 거절하고 계속해서 행복한 청소부로 살아갑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스스로에게 레코드 플레이어를 선물하고 행복해 하는 아저씨의 모습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아저씨가 참 멋져 보였습니다. 행복이란 즐거운 일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배움은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깨닫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던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희열은 느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즐거움이지요.
이 책은 부록으로 CD와 ’행복한 노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CD를 들으면,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사실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동화를 고른 것인데, 영어 공부보다는 행복한 인생에 대해서, 배우는 즐거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