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블랙홀 - 자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심리학
가야마 리카 지음, 양수현 옮김, 김은영 감수 / 알마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에 구멍이 뚫린 느낌, 
병과 건강, 이상과 정상 사이에서!



만성적 공허감. 마음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느낌에 익숙하다.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못 견디게 시린 날이 있고, 또 그럭저럭 견딜만 한 날이 있을 뿐이지, 그 구멍을 메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 마음에 뚫린 구멍도 나는 그 어쩔 수 없는 고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의 블랙홀>을 읽으면서 그것은 실존적 고독과는 구별되는 일종의 병리적 현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는 생각이 일반화 되어 있다. 현대인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다소 극단적인 진단이 통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주변 누군가로부터 "살기 괴롭다", ’힘들다"는 호소를 들어도 우리는 그리 놀라지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마음의 블랙홀>의 저자 가야마 리카는 ’진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환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존의 정신의학 개념과 용어로 설명하고 치료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정신의학의 기본인 ’병, ’이상’과 ’건강’, ’정신’의 구별은 이제 거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일단 그것을 인정해야 ’살기 괴롭다’, ’힘들다’고 호소하는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10). 

저자는 병과 건강, 이상과 정상 사이에 있어야 할 간극이 어느새 한없이 낮아졌다고 말한다. 이상과 정상 사이를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마음의 블랙홀>은 병이지만 병이라 할 수 없고, 병은 아니지만 정상이라 할 수 없는 어떤 현상을 포착해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마음에 구멍이 뚫린 느낌’, ’무언가 소중한 것이 결여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도처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학교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작가나 뮤지션 등으로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다. 즉, 문제는 객관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살기 힘들다", "허무하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호소한다는 데 있다(36-37). 

<마음의 블랙홀>은 특별히 이런 느낌을 호소하는 젊은층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과 느낌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을 진단하기 위해 기존의 정신의학 개념과 구별되는 세 갈래 길을 제시한다. 그 세 갈래란 ’충족되지 않는 나, 상처받기 쉬운 나’, ’몇 명의 나, 진짜 나’, ’마지막 보루로서의 몸’이다(11). 이것은 이 책의 목차이기도 하다. <마음의 블랙홀>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압박과 그 괴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상과 이상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 진달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괴로움의 실체, 그 괴로운 삶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마음의 블랙홀>은 그 처방을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상황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인데, 왜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러한 느낌은 인간이 가진 실존적인 고독과 어떤 차별을 가지는가? 왜 우리의 마음은 이렇듯 조각나고 있는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주관적인 느낌, 다시 말해 나의 내면이 느끼는 부정적 생각을 조금은 객관화시키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스스로 객관화해보고, 마음에 뚫린 구멍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부정적인 느낌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마음에 뚫린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메울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또 하나, 그러한 고통을 사람들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이 다 그래",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 "넌 살만 해 보이는 데 뭘" 등의 반응이 실제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절망이 될지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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