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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행사전 - 아름다운 우리나라 가고 싶은 1000곳!
유연태 외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또다시 일탈을 꿈꾸다!
한 직장, 한 사무실에서 햇수로 16년을 보냈다. 건물 증축으로 사무실이 한 차례 이동을 하긴 했지만, 큰 변화의 느낌은 없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내 청춘이 다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숨 막힐 듯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생경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 말이다. 그런 충동이 지독한 날이면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과 무작정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경포대를 다녀오기도 했고, 남한산성의 한 카페에서 밤새 수다를 떨다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요즘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강박처럼 나를 괴롭힌다. 처음엔 한비야 씨처럼 세계 여행을 떠나볼까 꿈꾸며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겁이 많은 내게는 계획과 준비만으로 또다시 청춘이 흘러가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국내여행’으로 관심을 돌렸다. 사실 돌아다니는 것을 천성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국내에서조차도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여행을 가서도 매일 마음속으로는 집으로 돌아갈 날을 헤아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몇 밤 자면 집에 간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스스로 계획하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 끌려간 여행일 때가 많았고, 휴식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보다는 업무의 연장이거나, 의무적인 가족 모임, 또는 빡빡한 일정으로 떠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몰려다니다 돌아오는 친구들과의 여행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국내여행은 사색할 수 있는 조용한 여행이다. 시간과 일정에서 자유로운 느긋한 여행이다. 혼자 걸어보는 외로운 여행이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큰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지를 다녀보고 싶다. 국내라고 해서 무작정 떠나는 여행보다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움직이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여행사전>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여행 고수들이 엄선했다는 대한민국 여행지 1,000곳이 ’주제별’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주제별 목차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문화유산의 향기(왕릉과 궁궐 / 사찰 역사유적 / 등록문화재)
체험, 학습 여행(박물관, 미술관 / 체험여행 / 축제)
자연 속으로(산 / 휴양림 / 캠핑장 수목원과 숲 / 해수욕장, 계곡 / 섬)
가벼운 나들이(공원, 테마파크 / 리조트, 온천 / 드라이브 코스 / 시티투어, 유람선)
건전한 취미생활(자전거여행 / 걷기여행 / 출사여행 / 낚시)
또 하나의 장점은 여행지마다 여행 ’point’를 짚어준다는 것이다. 무작정 돌아다니는 여행은 쉽게 지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테마 가지고 시작하면 목적의식도 생기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주제 중에 가장 먼저 시작하고 싶은 여행은 ’체험, 학습여행’ 파트에서 소개되는 ’축제’ 여행이다.
테마가 있는 국내여행을 계획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여행 사전답게 군더더기 없는 정보를 담고 있고, 색인도 잘 정리되어 있어 목적하는 여행지를 찾기도 간편하다. 국내여행을 계획하기에도 좋고, 돌발적인 일탈을 꿈꿀 때에도 원하는 여행지를 바로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