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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탄생 - 마음은 언제 탄생하여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요시다 슈지 지음, 심윤섭 옮김 / 시니어커뮤니케이션 / 2009년 12월
평점 :
사람은 언제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떻게 해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조차 확실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11)
마음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심장 쪽에 손을 갖다 대었다. 마음이 아프다고 느낄 때, 그쪽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동료이면서, 심리 학도이기도 한 나의 친구는 마음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머리에 손을 갖다 댄다. 우리의 뇌가 마음이라는 것이다. "우린 마음이 아플 때 심장을 움켜쥐잖아?"라고 항변해보아도, 아니란다. <마음의 탄생>을 읽으며,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신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인류의 뇌가 커졌다는 점과 그로 인해 인류가 진화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뇌가 커지는 인류 진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음이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27)
뇌가 커짐으로써 마음이 탄생했다? 마음은 인류가 두 번에 걸쳐 뇌가 커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멸종 위기에서 얻은 것이라고 추정된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덧붙인다. "마음은 결코 진화의 끝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에 매달리는 한 인류의 진화 특히 마음 탄생의 비밀은 결코 밝혀낼 수 없다. 나는 ’마음은 마음의 핵이라는 것이 가상세계 속에서 활동함으로써 형성되는 다양한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44)
"마음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요했고, 언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아날로그화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기억의 편집, 외부세계에 대한 의미부여,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인지능력, 노이즈화, 공감성이 필요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 다섯 조건을 갖추고 태어난다고 여겨진다."(129)
정리하자면, 인류는 원인시대라고 불리는 180만 년 전쯤의 첫 번째 멸종위기 때 저자가 ’사람다움’이라고 표현하는 원초적 정신을 얻었게 되었고, 7만 5천 년 전쯤의 두 번째 멸종 위기 때 언어를 얻게 됨으로써 비로소 마음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요한 가설은 진화의 과정에서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원인’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 얼마 전에 읽은 <빅 브레인>에서는 "우리보다 더 큰 뇌를 가진 인류의 조상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되어 학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한 바 있다. 학자들이 그렇게 큰 충격에 휩싸인 이유는 <마음의 탄생>에서도 보여주듯이 "인류 진화의 과정은 뇌가 커지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학자들 모두가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머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출산하기가 어려워져, 결국 어머니와 아기가 다 죽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인류는 진화의 시작부터 멸종의 길로 들어선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문제는 뇌가 커지는 진화 과정 중에 있는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저자는 바로 이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마음의 탄생’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하면, 진화 과정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가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 인간에 이르게 된 원인이 바로 ’마음의 탄생’과 관계가 있다는 발상이다.
<마음의 탄생>이 세워나가는 가설과 추론을 따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논리적(인과율)’이었던가 하는 것이다. 심리학은 물론 신경의학을 비롯한 정신의학, 뇌과학, 고고학, 영장류학, 인류학 등 많은 학문의 발전에 힘입어 ’마음의 탄생’을 추론하는 논리적 토대가 견고한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마음의 활동이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에 ’왜’라는 물음을 제기하기 시작하니, 오히려 모든 것이 해체되는 기분이다. 우리가 가진 답변은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약하고 취약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신과 의사는 마음의 병을 통해서만 마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마음의 병을 통하지 않고는 그것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말이다"(134).
<마음의 탄생>을 읽었으니 누군가 "인간의 마음은 우리의 신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물으면, 뇌와 입(언어)을 가리켜야 할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신비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음’은 물질적이고 기계적인 3차원적 원리를 뛰어넘는 ’눈에 보이지 않는’ 4차원적 역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적인 에너지 말이다. 그것은 인간이 세운 가설인 ’진화론’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유전학과 약리학이 발전하고, 병리현상이 밝혀지더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수백 번 이상 말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인간의 ’마음’은 그 자체가 매우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며 건강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마음은 전능인자라는 강력한 본능으로 인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며, 언제 어떤 경우에라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기치유의 힘은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본능이며, 때로는 인과율의 법칙을 훌쩍 뛰어넘어 버리기도 하는 위대한 힘이다."(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