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 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
이해선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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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이 너무 아팠을 때, 그 통증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을 때, 그때 내가 찾아낸 치료법은 걷기였습니다. 분주한 일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그렇게 걷고 또 걸었습니다. 발과 다리의 통증 때문에 마음의 통증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거리의 풍경에 마음을 뺏길 때면 마음의 시름에서 잠시나마 놓여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더 헝클어질 때도 있었지만, 생각이 모아질 때면 마음이 정리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과 부딪히며 걷다 보면,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체념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리가 몹시 아파오면 그 통증에 마취되듯 어서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새로운 소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걸으며 마음의 통증을 잊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걸었던 길은 모두 ’서울’이라는 공간 안이 전부입니다. 서울을 벗어나 느리게, 행복하게 걸어본 적이 없네요. 서울이 아닌 곳에서는 목적을 가지고 서둘렀고, 차를 가지고 이동했고, 잠시 머물렀을 뿐입니다. 생각해보니 서울을 제외하고 마음을 주며 교감했던 길은 춘천의 호수가 전부이네요. 어느 날, 아침 무작정 기차에 올라타고 처음으로 ’나홀로’ 떠난 여행지가 춘천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날 작정도 아니면서 그곳에 친구가 살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그곳엘 갔었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꼭 한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그러나 유난히 나와 인연이 없는 곳 중 한 곳이 제주도입니다. 여름철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내가 제주도행 비행기를 예약할 때마다 자꾸 태풍이 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서툰 것도 아직 제주도 땅을 밟아보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대신합니다. 포토에세이를 잘 읽는 편이 아닌데도, "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이라는 <제주 올레>에 저절로 눈길이 갔습니다. <제주 올레>는 친구가 보내준 엽서 같기도 하고, 친구의 일기장 같기도 하고, 제주도를 함께 걸으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보기만 해도 절로 평온해지는 풍경 사진에 마음이 퐁당 빠집니다. 이 책을 들고, 책에서 보여주는 바로 그 장소에 서서, 이 책에 담긴 그 풍경을 직접 바라보며 이 책을 다시 읽고만 싶어집니다. 꼭 그렇게 해보고 싶습니다. 

제주도를 찾고 싶은 독자를 위해 살뜰한 여행 안내서 역할도 하면서, 그저 읽어도 재미있는 제주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해서 여러 모로 유익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꼼꼼하게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우실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제주 올레>를 따라 제주도를 구석구석 돌고나니 오히려 제주도가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제주도에 대한 기대감이 내 안에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인 듯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해질녘 해안길도 왜이리 특별하게 보이는지. 허락된다면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풍경들입니다. 정현종 님의 시, "그 섬에 가고 싶다"는 한 구절이 계속해서 마음을 멤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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