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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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배우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어느 목사님이 이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설교하셨다. 아기들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살아도, 기차 소리 요란해도 잠을 잘 자는데, 어른들은 잠을 못 잔다고 했다. 나에게도 잠 못 드는 밤이 있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같은 내 초라한 삶이 싫었고, 시끄러운 세상이 싫어서 말이다. 그렇게 잠 못 들던 그 시절,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고자 치열했던 그 시기에 나는 하나님을 만났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나는 지금 ’성직자’로 살고 있다. 나는 정말로 위대한 성직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또 잠 들지 못하는 밤이 생겨났다. 내가 꿈꾸는 이상과 내가 부딪히며 살아가는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컸고, 그 틈새 사이에서 무기력해질 때마다 나는 몰래 속울음을 울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과 싸워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은 한 가지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셨다. 미국의 유명하신 목사님이 직접 진행하는 세미나 시간이었다. 목사님이 손을 얹고 기도하며 축복하는 시간에, 한 부부가 자신의 갓난 아이를 안고 목사님께 다가왔다고 한다. 아이를 기쁘게 아이를 받아든 목사님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중심을 잃고 휘청거릴 만큼 충격을 받았고 한다. 아이는 심각한 기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의 부모는 너무도 평온하고 기쁜 얼굴로 이렇게 기도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가 얼마나 이 아이를 사랑하는지 이 아이가 그 사랑을 알기를 원합니다!"

아이와 부모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 목사님은 교회가 도울 일이 없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이미 충분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백하며 그 부부가 자리로 돌아갈 때, 여덟 명의 이웃이 그 부부를 둘러싸고 기쁨으로 맞아주며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 부부는 이웃 공동체와 연결되어 서로의 짐을 서로 나눠 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었다. 작은 자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바로 예수님께 한 것이라는 말씀의 의미가 깨달아졌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새계명의 의미가 깨달아졌다. 내가 하나님을 위해, 이 세상을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매순간 서로를 사랑하며 보내는 그 사소한 일상 속에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미치 앨봄의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그렇게 좋았던 이유는, ’착취하는 삶이 싫어서 교사가 되었다’는 모리 선생님의 고백 때문이었다. 남을 착취하지 않으며 살기 위해 교사가 되었다는 모리 선생님, 그 선생님이 매주 수요일 밤 교회에서 열리는 무료 댄스 파티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시며 땀에 흠벅 젖는 장면을 읽을 때, 나는 소리 없이 울었었다. 내가 살고 싶던 삶, 내가 동경하는 삶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8년의 동행>은 좀 당황스러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대중적인 작가가 대놓고 ’종교’ 이야기를 들고 나왔으니 말이다. 미치 앨봄은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그리고 유일하게 알아왔던 랍비로부터 추도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언젠가 화요일마다 모리 선생님을 만났던 미치 앨봄은 이번엔 그의 추도사를 쓰기 위해 랍비를 정기적으로 만난다. <8년의 동행>은 렙이라 부르는 유대인 랍비와, 미치 앨봄과 인연을 맺은 또 다른 성직자 헨리 목사의 이야기이다. <8년의 동행>은 미치 앨봄의 추도사로 렙이 천국 가는 길을 배웅하며 끝이 난다.

<8년의 동행>은 인생에 대해, 잘 사는 인생에 대해, 신과 동행하는 삶에 대해, 특별히 나에게는 성직자로서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행복. 그건 혼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거야"(199).

유행처럼 번지는 우울증에 잠식 당하면서도 ’외톨이야’를 외치며 '외톨이'이기를 자처하는 우리. 그러나 <8년의 동행>은 신과 연결되고, 과거(조상)와 연결되고, 가족과 연결되고, 이웃과 연결되는 삶을 이야기한다.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서로에 대한 헌신을 잃어가는 동안 우리는 동시에 행복도 잃고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8년의 동행>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은 단순하고 평범하다.

"부디 서로 사랑하십시오. 대화를 나누십시오.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 때문에 관계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342).

이 단순한 메시지는 언젠가 세상에서 퇴장할 그날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나는 이것이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라 믿는다. 신과 연결되고, 가족과 연결되고, 이웃과 연결되어 서로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온전하고 후회 없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할 수 있을 것이다. 렙처럼 말이다.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132).

"그리고 때가 되면, 온전하고 후회 없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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