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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레인 -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게리 린치.리처드 그래인저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큰 뇌’를 연구하다!
뇌가 크면 능력도 뛰어난가? 뇌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E.T’는 진화한 인류의 미래 모습을 추론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진화할수록 두뇌 용량이 늘어나 머리가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빅 브레인>도 이야기하듯이, 뇌의 크기는 개인의 지능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즉, 머리가 크다고 더 똑똑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인간과 다른 동물의 지능을 비교할 때 뇌의 크기만큼 확실한 잣대는 없다"(5). 사람의 뇌는 유전자를 98.4% 공유한 챔팬지의 뇌보다 3배 이상 크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뇌의 크기는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었다"(6).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은 뇌의 용량이 클수록 더(!) 진화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빅 브레인>은 우리보다 더 큰 뇌를 가진 인류의 조상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되어 학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한다. 보이콥인이라고 명명된 이 유골의 뇌 용량은 우리의 뇌보다 30% 이상 거대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빅 브레인>은 여기에 수많은 질문을 쏟아놓는다. "뇌가 크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뇌가 크면 능력도 뛰어난가? 우리보다 뇌가 큰 종족은 멸종한 반면 우리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인가? 보스콥인의 뇌는 인간의 뇌와 종류가 달랐을까? 아니면 인간과 똑같은 능력을 지녔을까? 보스콥인도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로 우리보다 똑똑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었는데 지금껏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18). 한마디로, 보이콥인은 ’뇌의 크기와 지능’의 관한 진화론의 일반적인 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빅 브레인>은 어떻게 우리 조상들의 뇌가 커지기 시작했고, 뇌 기능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지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어떤 가정을 거쳤는지 밝혀나간다. "뇌가 우연히 커졌고 예상하지 못한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면, 이렇게 우연히 발생한 사고에서 지극히 적응적인 행동이 나타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66) <빅 브레인>은 이러한 주제를 놓고 1) 우연히 커진 뇌, 2) 예상치 못한 행동의 효용성, 3) 뇌의 지속적인 팽창이라는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빅 브레인>은 문제제기와 의문은 재미있는데, 설명이 어렵다. 최근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진히 인간의 ’뇌’는 신비의 영역 안에 존재하는 듯 하다. 분화되어 있는 학문의 구조가 ’뇌’ 연구에 있어서 한계를 들어내기 때문이다. "생물학에서는 신장에서 췌장까지 다양한 장기를 연구한다. 하지만 뇌는 생물학적 현상뿐 아니라 정신 현상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기관이다. 신경과학에서는 뇌를 연구한다. 하지만 뇌는 유전, 진화, 발달의 과정에서 부호화되고 조직된다. 심리학에서는 마음을 연구한다. 하지만 마음은 뇌뿐 아니라, 환경, 학습능력, 문화적 배경이라는 틀에서 형성된다"(14). <빅 브레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내놓은 뇌 연구의 자료들을 통합하여 ’뇌’ 작동 원리를 알아내려 애쓰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독자가 그것을 이해하려면 머리를 싸매야 할지도 모른다. 뇌의 용량 변화와 진화, 그리고 지능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읽는데,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물음 때문인지 자꾸 '그래서 결론이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내가 얻어낸 것은 뇌의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한 부분적인 이해이다.
인류는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두 가지 가설(해답)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창조론이고 다른 하나는 진화론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창조론을 ’믿고 있다’. 사실 <빅 브레인>도 스스로 제기한 문제에 대해 아직 명확한 해답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설과 부분적인 검증이 있을 뿐이다. 진화론을 이미 진리로 받아들이고 그 토대 위에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나가는 이런 책을 읽으면서도, ’뇌’가 가진 신비를 확인할수록 오히려 ’창조론’을 더욱 지지하게 된다. 그만큼 신비하고 위대한 영역인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