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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하나님 - 15개의 핵심 키워드를 통해 본 하나님
마크 갤리 지음, 장택수 옮김 / 하늘산책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하나님은 두려운 분이시다. 경외하라!
언젠가 나를 따라다니던 남자가 있다. 나는 일방적인 그 사람의 사랑이 몹시 불편하고 싫었다.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드러내놓고 싫은 티를 냈다. 서로 알던 사이도 아닌데 첫눈에 반했다는 그 사람의 고백에, 나는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더 지독하게 굴었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지켜보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누군가 너를 사랑한다고 해서 네게 그 사람을 모독할 권리는 없다." 처음엔 친구의 쓴소리가 몹시 서운했지만, 꼽씹을수록 그 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친구의 한마디는 누군가의 진심을 함부로 무시했던 나의 오만함을 진심으로 뉘우치게 만들어주었다.
마크 갤리의 <거친 하나님>은 바로 이와 같은 신앙인의 오만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터프가이 예수>를 읽은 동역자를 통해 ’마크 갤리’라는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마크 갤리의 <거친 하나님>은 하나님에 대해 그동안 당연하게 가져왔던 신앙인들의 고정관념을 깨끗하게 날려준다. 강력한 한방이다.
<거친 하나님>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더욱 두려운 사실은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하나님도 잘 아신다는 점이다.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은 죄를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도전이며, 그분의 자비에 대한 침범이며, 그분의 인내에 대한 조소이고, 그분의 권능에 대한 경멸이며, 그분의 사랑에 대한 멸시"라고 말했다. 우리의 동기는 언제나 복합적이다. 우리는 은혜가 얼마나 거룩하며,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자주 욕되게 하는지를 잘 모른다"(124).
버릇 없는 자녀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나님의 은혜를 가볍게 여기며, 그 사랑을 욕되게 하고 있는가. 고난주간을 보내며 유월절 어린양으로 오신 예수님의 고난을 깊이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얼마나 두려운 분이신지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R. 오토는 <그의 저서 성(聖)스러운 것>에서 피조물이 하나님을 처음 만날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을 ’누미노제’(Numinose)라는 말로 정의하혔다. 그것은 ’무서운 신비’, 즉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매혹적이면서도 전율적인 무서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거친 하나님>은 이처럼 '사랑'과 '은혜'의 교리 안에 감추어지고 왜곡된 하나님의 또다른 속성, 즉 사랑이시지만 동시에 두려운 존재로서의 하나님을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시켜준다. 마크 갤리는 '극단적인 역설'로 논지를 펼치는 독특한 방식을 쓴다. 그의 역설적인 방식은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강력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의 역설적 교훈은 이런 식이다.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이신데, 역설적이게도 구하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 하나님은 편재하시지만 부재하신다. / 하나님은 전능한 오른손도 있는 반면, 무능한 왼손되 있다. 등등"
인간은 모고 싶은 것만 보려는 못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습성이 '계시된 하나님'의 모습을 왜곡하여 보고 싶은 부분만 확대, 양산하는 심각한 죄를 저지르고 있다. 너무나 청난 사랑을 받은 은혜에 감격하면서도, 동시에 그 사랑에 기대에 하나님의 사랑을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는 무서운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거친 하나님>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은 물론, 신앙공동체 안에서도 '즉시로'로 회복해야 할 심각하고 중요한 시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묵은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창문과 같은 책이라 표현하고 싶다. 우선적으로 모든 교회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