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의 탄생 - 현대인의 지성을 회복하기 위한 강력한 로드맵
매기 잭슨 지음, 왕수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집중력이 사라지면 지성이 소멸한다. 


표지부터가 우리의 집중력을 시험하는 듯 하다. 우리 주변의 모든 정보 기술들이 우리의 집중력을 겨냥하면서 경쟁하고 있다는 진단은 이미 익숙하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새로운 IT 기기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오랜 세월 축적돼 온 집중력 분산은 선을 넘어버렸다는 것이고, 집중력이 사라지면 인간의 지성도 소멸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예측이다.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절대적인 핵심이라 힘주어 강조한다. 

입시를 준비할 때까지 줄기차게 들었던 잔소리가 바로 "집중하라"는 것이었는데, 오랜만에 그 잔소리를 다시 듣는 기분이다. 그러나 <집중력의 탄생>에서 말하는 집중력의 가치가 차원을 달리 한다. "집중력은 삶을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이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관심(집중력)을 줄 때도 우리는 그만큼 우리 삶을 나누어 주고 있는 겁니다. 돌려받지 않지요. 매순간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가치 있다고 보이는 것에 우리의 관심(집중력)을 나눠 주고 있습니다"(410). 

바꿔 말하면,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이 산만한 시대가 갉아먹고 있는 것은 우리의 생명이라는 섬뜩한 자각이 일어난다. 집중력이 분산되면 마음이 흐트러지고, 결국 이것저것에 주의를 빼앗기면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사람은 생기를 잃어버린 허수아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집중력의 탄생>은 우리의 집중력을 시험하는 표지만큼이나 집중하기 힘든 책이다. ’집중력 분산’을 경고하기 위해 이 시대를 통찰하는 저자의 시야가 참으로 광범위하다.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꿰어냈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대를 분석해낸다. 

<집중력의 탄생>을 읽으니 얼마 전 온 국민을 열광하게 했던 밴쿠버 올림픽의 열기가 떠오른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선전을 펼친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볼 때마다 해설자들은 "집중해야 된다"고 외쳤었다. 김연아 선수가 모든 부담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내었을 때도 모두가 김연아 선수의 무서운 집중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었다.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집중력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가르침이다. 집중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곧 퇴보를 의미한다는 무서운 경고와 함께 말이다. 

"머리를 컴퓨터에 처박은 채 걸러지지 않은 인생의 소소한 부분들에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팔려 있다. 또 집중력을 분할시킨 채 산만하고 서로를 외면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집중력은 지혜와 기억 건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초석이자 사회 발전의 핵심 열쇠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집중력을 갉아먹고 있다. 집중력을 통해 우리는 선택의 힘을 갖게 된다. 주위에서 끝없이 몰아치는 광대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지식을 건져내기 위해서는 이 힘이 꼭 필요하다. 또 의미 있는 삶, 합리성과 비전을 갖춘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와 끈기도 집중력을 통해 다지게 된다.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문화를 양산해서는 과거도 미래도 통찰할 수 없다. 우리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려는 싸움에서 우리는 지고 만다"(374).

집중한다는 것은 핵심 가치를 안다는 말일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문화를 방치한다면 저자의 경고대로 인류는 다시 암흑의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는 이미 암흑의 시대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중력을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저자는 희망의 불꽃을 본다. 올림픽 경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는 인생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는 비슷한 실력을 가졌지만, 집중력의 싸움에서 김연아 선수의 완승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든, 후회 없는 삶이든, 앞으로는 집중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집중력의 탄생>을 읽으며 집중력에 대한 경각심이 내 안에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의 집중력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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