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
맥스 루케이도 지음, 오현미 옮김 / 두란노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하나님이 사람을 캐스팅하는 조건은 바로 ’부족함’이다.
하나님은 그 부족함을 사랑으로 메워 사용하신다.


세상 한 편에서는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점점 잊히는 듯 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물질적인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영적인 세계에 탐닉하는 상반된 현상이 목격된다. 가끔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 서서 높은 빌딩과 빠른 속도로 지나는 차들, 그리고 사람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믿고 있는 ’신’의 존재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은 진보한다고 믿고 있고, 이성과 학문의 논리로 성경을 부정하며, 종교를 문화의 산물로 취급하는 이들 앞에 서면 나 스스로 주변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첨단과학이 세상에 들어찰수록 초월적 존재를 의지하는 ’신앙’이라는 것이 어쩐지 철지난 옷처럼 촌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저러한 것을 자랑하며 한 없이 당당한 누구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태한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높은 권세를 자랑하는 권력자도 하루아침에 벼랑끝에 몰리기도 하고, 세상을 다 가질 것만 같았던 인기인도 작은 실수 하나로 하루아침에 밑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한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인생, 인간이 자랑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세상과 인간을 보는 관점에 있어서 세상과 성경은 정반대의 관점을 나타낸다. 세상은 우주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우연하게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성경은 우주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되었다고 설명한다. 세상은 인간이 아주 하찮은 미생물에서 진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귀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인간을 존귀하게 창조된 존재로 믿지 않는 세상은 오히려 인간의 무한한 진보를 믿는다. 그러나 성경은 죄의 노예가 된 인간에게 완전하게 절망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의 무한한 진보를 믿는 세상은 보다 유능한 인재를 찾기에 혈안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부족한 자를 찾아 쓰신다. 세상은 인간의 능력을 ’자원’의 하나로 관리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의 대상이요, 하나님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역자’로 대우하신다. 

맥스 루케이도의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은 이러한 인간의 한계와 전능하신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잘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철지난 옷처럼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재해석해주는 탁월함이 언제나처럼 돋보인다. 그것이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목사님만의 절대 강점이다. 가히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작가, 기독교를 대표하는 저술가라 할만 하다.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절망하고, 끝장나버린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소망을 주는 초대장과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마다, 갈라지고 상처난 나의 심장 안으로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이 조용히, 그러나 넘치게 스며드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혔다. 믿음으로 전진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너무나 초라한 현실에 절망하여 하나님 앞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들, 어처구니 없는 실수 때문에 자책하느라 잠들지 못했던 수많은 밤들의 기억을 하나님이 다시 만져주시는 듯 했다. 하나님이 나를 선택하신 이유는 바로 나의 부족함 때문이고, 그 부족함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메워주고 계신다는 사실이 더할 수 없는 위로가 된다. 영원을 바라보며 현재를 이길 수 있는 믿음의 겨자씨 하나를 다시 심었다. 하나님과 함께 걷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길인지 다시 확인하며 말이다.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의 존재를 모르거나, 거부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하나님’의 모습을 그려주리라 예상한다. 이런 하나님이 계시다면 ’나도 믿고 싶다’는 기대와 소망을 심어주지 않을까.

내가 실패한 그 자리, 내가 절망한 그 자리, 버려진 듯한, 잊혀진 듯한 그 쓰라림의 자리에 찾아오시는 하나님. 그리고 너무나 멋지게 역전시켜주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 붙들린 인생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완전히 ’안심’할 수 있다.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22명의 인물들처럼, ’지금’은 내가 맡은 배역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실로 놀랍고 위대한 역할을 내게 맡기셨음을 믿는다. 관객으로 있는 세상은 나를 조롱하고 비웃을지라도, 최고의 연출자이신 하나님의 사랑에 나를 완전히 맡긴 채 기쁘게 따르리라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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