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최정규.박성원.정민용.박정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풍 하루 전날, 잠들지 못하는 아이처럼 설레인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는 상상으로 내내 들떠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은 세상이 넓은 만큼 우리나라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고, 할 일이 많지만 죽기 전에 다 가보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내 마음에 펌프질을 해댄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안에는 해외여행처럼 여러 날 계획하고, 여러 달 준비하지 않고도,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는 우리 생활 가까운 여행지가 가득하다. 서울권, 경기권, 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제주권 등 총 7개의 파트로 나누어 국내 여행지를 소개해주고 있다. 버스 하나만 타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갈 수 있는 여행지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이런 여행지가 ’숨어 있었구나’ 감탄하게 되는 여행지도 많다. 색인처럼 정리된 ’차례’를 따로 복사해서 옆에 두고 이미 가본 곳,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꼭 가보고 싶은 곳 체크하며 읽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은 자연 경치가 아름다운 산과 섬, 계곡, 바다(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박물관, 기념관, 공연장, 수목원, 공원, 유명 시장, 문화 유적지, 극장 등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관심 분야별로 테마를 정해 여행지를 뽑아도 멋진 여행이 될 듯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박물관 여행’이나 ’유명한 계곡 여행’ 이런 식으로 말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에 박물관이 이렇게나 많았나 하는 것이었다. 낯선 여행지를 만날 때마다 관광자원이라는 의미에서는 홍보력이 아쉬웠다.

과거에는 생활에 여유가 있는 계층이나 유행처럼 여행을 즐긴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고, 돈이 없고,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서라고 변명이 가득했다. 그런데 여행은 ’떠나는 사람’이 즐길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돌아보면, 매년 휴가를 받아도 거창한 여행에 대한 꿈만 꾸며 흘려보내기 일쑤였고, 어쩌다 여행을 떠나도 매번 갔던 곳을 반복적으로 찾고 있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를 읽으며, 그동안 게으르고 성의 없는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물론 책으로 보여지는 것과 직접 가서 즐기는 것 사이에는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 여행자가 메워야 할 여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보면 ’실망’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익숙함은 경멸을 불러온다"는 말처럼 '국내'라는 익숙함 때문에 그 위험도가 더욱 높으리라. 그러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은 국내 여행지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핵심적으로 짚어준다. 그러니 여행지에 서서 그곳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죽기 전에 한 번 와봤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보장받는 셈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를 선정하여 친절한 여행 가이드가 되어주신 네 분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여행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최상의 선택입니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최상의 일탈’을 만드는 데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최상의 일탈, 그것을 꿈꾸기에 최적의 책이다. 나의 나라이지만 모르고 지내던 여행지를 알게 된 기쁨이 크다. 아직 밟아보지 않은 미지의 여행지가 가까이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오늘도 어제처럼 흘러가는 지루한 일상에 활력이 되어준다. 

그런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을 읽으며 내가 느낀 더 큰 매력은 아무 감흥 없이 들어마시던 공기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내가 매일 출퇴근을 하며 지나는 그곳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선정되어 있다. 어제는, 늘 종종 걸음으로 지나기에 바빴던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새로운 느낌,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최상의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하늘로 돌아가는 날 후회 없이 눈 감기 위해 계속 일탈을 시도하리라, 나름 비장한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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