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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매튜 메이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0년 1월
평점 :
사람들은 완벽함보다 우아함에 끌린다!
아이폰, 스도쿠처럼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아이디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의 저자는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오는 모든 혁신에 숨어 있는 법칙을 찾아내었다. 저자가 찾아낸 혁신의 코드는 바로 ’우아함’이다. 미친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멋대로’를 지향하는 우리의 삶이 갈수록 경박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은 ’우하함’에 끌리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그 ’우아함’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저자는 ’우아함’을 한마디로 정의내리지 않고, 우아한 것과 우아하지 않은 것의 사례를 제시하며 귀납적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아함이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와 관련된 개념이다." 우책의 전반에 흩어져 있는 저자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우아함이란 채우기가 아니라 비우기이다.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완성하기가 아니라 남겨두기이다. 그만두기, 멈추기, 생략, 단순화 등의 개념이다. 다른 사람의 정의를 빌어 설명하자면, 우아함을 "대칭적이면서, 인상적이고, 여백을 지닌, 즉 E=mc2처럼 간결하면서도 불멸의고리를 간직한 존재"(39)라고 한 크누스의 정의보다, 생텍쥐페리의 정의가 좀 더 쉬워보인다. 생텍쥐페리는 우아함을 이렇게 정의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우아함’의 개념과 역동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애플의 아이폰이 몰고온 혁신의 바람, 어떠한 옵션도 추가하지 않은 신치가 불티나게 팔리는 경향, 교통체증이 극심한 고속도로에 신호등을 없앴더니 오히려 교통의 원활해진 사례가 그 증거들이다. 이러한 사례들 안에는 우아함을 이루고 있는 네 가지 구성 요소가 포함된다. 그것은 바로 "대칭, 유혹, 생략, 지속성"(43). 저자는 우아함을 이루는 네 가지 구성 요소 - ’대칭’의 아름다움, ’여백’의 유혹, ’생력’의 법칙, ’지속’ 가능한 해결책 - 를 설명하며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결론에 도달한다.
이 책은 여러 모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책이다. 개인적으로 <복잡계 이론>을 통해 처음 접했던 ’프랙털’ 연구에서부터 아이디어가 창발하는 유레카의 순간까지 저자는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제경영을 넘나든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우아함’에 대한 깨달음은 우리의 세계관과 인생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통찰을 제공한다. ’우아함’이라는 코드 속에는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뛰어넘는 철학적인 통찰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제목을 보며, 요즘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피켜 스케이팅의 세계적인 두 라이벌이 떠올랐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세계는 아사다 마오의 기술력보다 김연아의 우아함에 더 높은 점수를 주며 그녀에게 열광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우아함에서부터 우아함에 반응하는 뇌의 역동, 그리고 우아함을 창발해내는 요소까지 다층적인 차원에서 ’우아함’을 발견하고 검토한다. 그래서 요약된 줄거리를 정리해내기는어렵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그려주는 우아한 세상에 대해서 가닥이 잡히는 느낌을 받는다.
"완벽함보다 우아함에 끌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의 빛을 맹신하며 논리와 합리성의 지배를 받아왔던 우리의 뇌 구조가 여백을 원한다는 생각도 든다. 우아함이 지배하고 있는 ’현상’을 정확하게 포착하면서, 보이지 않는 우아함의 ’본질’까지 밝혀주는 신비롭고, 아름답고, 신선한 책이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생략하고 빼고 비우면서 우리 삶을 우아하게 만들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우아함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우아함 자체를 향한 이끌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