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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가 게이츠에게 -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빌 게이츠 시니어, 메리 앤 매킨 지음, 이수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서는 삶’을 배우다.
다 속일 수 있어도 꼭 하나 속일 수 없는 대상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일지라도 가족 안에서는 다르게 평가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가정생활보다 사회생활에 더 치중된 ’아버지’에게서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밖’에 나와서는 평화를 외치지만 가족에게는 폭군이 되기도 하고, ’밖’에 나와서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가족 내에서는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는 아버지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가족 내에서의 평가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진짜 평가라고 본다. 그 누구에게보다 가족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면 진짜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여기 아버지를 ’나의 역할 모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들이 있다. 더군다나 그 아들은 세계 최대 IT기업의 공동창업자이며 세계적인 거부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물이다. 세계적인 부호를 아들로 두었으며, 그런 아들에게 존경을 받는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가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라는 책을 펴냈다. ’게이츠’를 키우며 체험적으로 터득한 자녀교육에 관한 교훈을 회고 형식으로 담아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특히 아버지라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2007년 빌 게이츠 회장이 각국 정부 및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었다. 정부, 기업, NGO들이 이른바 시장의 힘을 가난한 나라들을 돕는 데 적극 활용해 세계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앞장서며, 기업들이 이윤 추구와 더불어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자본가의 발언이었기 때문에 비판도 따랐지만, 세계를 상대로 적극적인 자선사업을 통해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려는 그의 의지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를 읽어 보면, 빌 게이츠가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는 바로 아버지 게이츠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부유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받은 풍족한 혜택에 상응하는 대가를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연방상속세 같은 세금제도야말로 정부 재정운영이 가장 공정한 방안이라고 믿는다"(156).
<게이츠가 게이츠에게> 전하여 주는 메시지는 ’잘 난 내 아이’를 만드는 값싼 성공 공식이 아니라, 부모가 삶으로 가르치는 ’삶의 가치와 원칙’이다. ’자녀교육’이라고 하면 학비를 대주는 것을 최고의 부모 역할로 생각하는 한국의 부모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아버지 게이츠가 가르쳐주는 삶의 가치와 원칙은 ’땀’, ’나눔(봉사)’, ’가족’로 집약된다. 땀의 가치를 보여주는 부지런한 아버지였으며, ’나서기’에 일종의 중독현상을 보일 만큼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따뜻한 아버지였으며, 누구보다 가정을 아끼고 사랑하는 너그럽고 인내심 많은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가족의 삶을 묘사하는 풍경 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부러웠던 교육의 한 장면을 옮겨 보면 이렇다.
"우리 집에서는 저녁식사 대화 도중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가족 중 누구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 옆의 서재로 갔다. 그리고는 대형사전을 펼쳐 들고 단어를 찾아 큰 소리로 모두에게 뜻을 읽어주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트레이(빌 게이츠의 아기 때 이름)는 어떤 문제라도 그에 대한 답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96).
세계적인 부호가 된 아들 게이츠보다, 땀과 나눔(봉사), 가족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아버지 게이츠의 풍성한 삶이 오히려 더욱 부러워진다. 빌 게이츠 시니어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나서는 삶’이었다고 정의한다. 나보다 남을 위해 나서는 삶, 그 삶이 세계적인 부호 ’게이츠’를 키웠다.
’부모됨’이란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인 듯 하다. 부모가 행복하지 않고는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랄 수 없고, 부모가 옳은 길을 가지 않으면서 자녀에게 옳은 길을 가라 가르칠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