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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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사실이다"(18).


생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생애사 연구 결과가 공개되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진행한 인생성장보고서인데, 여러 모로 놀랍고 흥미로운 보고서이다. 

첫 번째로 놀라운 점은, 70여 년에 걸쳐 수백 명의 ’생애’를 촘촘히 추적한 세계 최장기 종단연구라는 점이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의 총 책임자인 조지 베일런트는 무려 42년의 세월을 이 연구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1930년대 말에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 동안 추적하면서, 이너시티 집단(서민 남성 456명), 터먼 여성 집단(여성 천재 90명)에 관한 연구까지 흡수하여 세 집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세 개의 집단, 총 814명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 과정을 지켜보고 비교 분석한 보고서인 것이다. 책을 읽을수록 ’학자’의 집요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두 번째로 놀랍고 흥미로운 점은, 연구팀이 찾아낸 ’행복의 공식’이 일반적인 통념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행복한 삶에도 공식이 있을까?" <행복의 조건>은 70여 년에 걸쳐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온 결과물이다. 사유의 방식이 아니라, 경험과학으로 밝혀낸 행복의 공식은 행복의 ’조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배반한다. 보통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 손꼽아지는 돈, 명문대 출신이라는 학벌, (어릴 적) 성격 등이 행복한 인생을 결정짓지 ’않는’ 요소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그렇다면, ’삶을 관통하는 행복의 공식’은 무엇일까? <행복의 조건>은 모든 인생의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들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공식’을 찾아내었는데, 이 공식에 현재의 삶을 대입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행복까지 ’미리’ 진단해볼 수 있다. 

연구 대상자들이 은퇴할 즈음, 베일런트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화를 예견하는 주요한 행복의 조건으로 일곱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이고, 이어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었다. "50대에 이르러 그중 5,6가지 조건을 충족했던 하버드 졸업생 106명 중 절반은 8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였고, 7.5퍼센트는 ’불행하고 병약한’ 상태였다. 반면, 50세에 세 가지 미만의 조건을 갖추었던 이들 중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50세에 적당한 체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세 가지 미만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네 가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이들보다 세 배는 높았다"(16).

<행복의 조건>은 말한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다"라고. 연구 결과, 47세 무렵까지 형성한 인간관계가 이후 생애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에 공개된 타인의 생애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읽어나가며, 특별히 나는 ’안정된 결혼생활’이 주는 인생의 풍요로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일’을 가지고 ’쿨’하게 살아가는 독립적인 여성의 삶도 괜찮다고 생각한 나의 믿음이 심하게 흔들린다. "지금은 괜찮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외로워서 안 된다"는 어른들의 걱정을 흘려 들었는데, ’이대로 나이 들어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다시 해보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의 풍요로움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절실하게 깨닫고 있으니 말이다.

<행복의 조건>은 특별히 인구의 ’고령화’라는 사회적 난제를 시급하게 풀어내야 할 국가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 ’나 홀로’족들, 그리고 맹목적인 ’성공’을 목표로 파괴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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