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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람을 밀고 간다
지장홍 지음, 정수국 옮김 / 창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급급했던 당신의 마음속에 시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심어보세요!"(4)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을 가진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이 곡은 원래 CCM이라는 기독교 음악이지만, 신앙과 종교를 초월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온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서로의 존재를 축복하는 말로 이 보다 더 감동적인 말은 없을 듯하다.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불러주면 부르는 사람도 축복을 받는 사람도 눈물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도 부르면서 많이 울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곳에서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고, 존재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음에 환희를 느끼는 그 순간은 바로 사랑의 빛이 비추는 순간인 것이다.
인간은 이 땅에 존재하는 동안 예술, 학문, 과학기술 등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이룩해온 문화와 역사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도 존재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존재에 대한 사랑이 없는 발명은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해로움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인류는 언제부터인가 존재를 존재로서 사랑하지 못하고, 효율성과 유익성의 이름으로 ’쓸모없는 사람’과 ’쓸모 있는 사람’으로 차별하고 있다. 이성이라는 잣대로 ’사랑받기에 합당한 사람’과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정죄하고 있다. 계급과 계층이라는 의식으로 ’존중해야 할 사람’과 ’무시해도 좋은 사람’으로 나누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생명, 그 살아 있음에 대한 환희와 감사를 잃어버리고 다투고 짓밟고 빼앗느라 지쳐간다. 불행하다. 삶이 버겁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은 아마도 인간이 유일하지 않을까.
<사랑이 사람을 밀고 간다>는 청소년출판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장홍’이라는 중국인이 ’사랑의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고 되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의 숭고함을 이야기한다. 의미 있는 인생, 진정한 행복의 의미, 그에 대한 해답을 ’사랑’에서 찾고 있다.
’돌아보면 언제나 누군가 곁에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은 나눌수록 더 커집니다’,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사랑입니다’, ’긴 인생길, 따뜻한 동행을 꿈꿉니다’라는 4가지 테마 아래 총 40가지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야기’가 쉽게 소통되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들도 더러 있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한 감동이 전해지는 사랑의 힘을 간직한 이야기들이다.
가난한 할머니와 손자에게 따끈한 국밥을 대접해드리고 싶어 ’백 번째 손님’에게는 공짜라고 했던 식당 주인의 이야기.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도시락을 먹는 친구를 놀렸지만, 그 도시락은 눈 먼 어머니의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친구들 이야기. 자신의 작은 키를 새어머니가 무시한다고 생각해 평생 새어머니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살았는데, 자신의 침대에 몰래 몰래 눈금을 새겨가며 자신을 걱정해주었던 새어머니의 사랑을 돌아가신 후 깨닫게 된 아들의 이야기 등 소박하지만 진실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랑의 힘은 모든 존재를 위대하게 만들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기적을 부른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이야기들이다.
기억 속에 오래 남으며 되새겨지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아홉 번째 행복 : 아버지의 사랑, 뜯지 않은 편지>를 소개하고 싶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매달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아버지가 보내온 한 편지의 말미에 ’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애비도 힘들구나’라고 썼다 지운 흔적을 발견한 아들은 그것이 돈을 좀 보내달라는 뜻이라는 걸 알고 부담스러웠다. 그후부터 아버지의 편지를 봉투도 뜯지 않은 채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서 친구가 찾아와 소식이 없는 아들 때문에 혼자 외롭게 지내시는 아버지가 더욱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은 자신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아버지의 속내를 비웃으며 그동안 읽어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편지를 뜯어보았다.
아버지가 보낸 모든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과 함께 봉투마다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애비도 힘들구나. 그래서 돈을 이것밖에 넎지 못했다.’(48-55)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 이기심 속에, 걱정 속에, 사랑을 외면하고 불행한 시간을 살고 있는가. 무한경쟁, 약육강식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직 살아 남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부모도 없고, 자식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반성해본다. 책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작가의 저작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놓은 예화집 같은 책이지만, 마음에 사랑을 심어주는 시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확실하다. <사랑이 사람을 밀고 간다>는 책의 제목처럼, 살아갈 힘과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조용한 감동으로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