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완전범죄에 도전하다!)

성녀의 구제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반전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엔 완전범죄에 도전했다. 그는 미스터리의 정석을 깨고 처음부터 독자에게 범인을 공개한다. 유력한 용의자, 그녀가 범인이다. 반전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성녀의 구제>에서 전개하는 추리의 스릴은 ’누가 범인인가?’에 있지 않다. 범행 동기가 분명하지만,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용의자가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있다.


독살된 남편과 유력한 용의자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제자 히로미의 비밀!

유명한 퀼트 작가인 아야네는 자신의 집에서 홈파티가 열리기 직전, 남편 요시다카로부터 이혼을 요구당한다. 1년 전, 요시다카는 결혼생활을 한지 1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이혼하기로 아야네와 약속했었다. 아야네도 그 약속을 알고 있다. 

아야네는 서랍에 숨겨 둔 하얀 가루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것을 사용하는 길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시다카의 등을 향해 마음속으로 말을 건넸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이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여줘야겠어.(12)

너무도 태연하게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해달라는 남편 요시다카에게 아야네는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이삼 일,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다음 날, 아야네는 집 열쇠는 제자 히로미에게 맡기고 친정으로 떠나고, 요시다카는 아내 몰래 만나고 있는 아내의 제자 히로미를 집으로 불러 같이 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요시다카는 자신의 집에서 독살된 채 발견된다. 그의 옆에는 엎질러진 커피와 잔이 뒹글고 있을 뿐이다.


허수해(虛數解) :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

히가시노 게이코의 미스터리 소설 애독자라면 친근하게 느껴질 ’구사나기’ 형사가 용의자 ’아야네’를 바라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가오루’ 형사는 아야네에게 유력한 혐의를 두고 가설을 세워나간다. 그러나 독살이 분명한데 ’어떻게’ 독살되었는지 오리무중이다. 커피에서도, 주전자에서도, 수돗물에서도, 생수병에서도, 정수기에서도 맹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 요시다카는 도대체 어떤 경로로 독살된 것일까?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 아야네는 남편이 독살 될 당시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었던 것이 확실한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남편을 독살할 수 있었을까?

물리학자 ’유가와’는 매서운 관찰력과 뛰어난 추리력으로 독살 트릭을 추리하지만, 그의 가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허수해(虛數解)라고 고백한다. 언제나 멋진 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왔던 유가와에게도 이 사건은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완전범죄’인 것이다. 


책의 제목, <성녀의 구제>에 담긴 메시지가 반전이면서 힌트이다!

<성녀의 구제>는 완전범죄답게 범죄의 트릭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범죄가 계획된 시점에서부터 그 실행까지 일반적인 추리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구제의 의미를 알았을 때 ’헉’ 소리가 나왔다"는 일본 아마존 독자와 같이 ’구제’의 의미에 담긴 메시지가 놀라운 반전이면서 가장 강력한 힌트가 된다. 

완전범죄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완전범죄자가 되어야 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뇌에 감탄할 뿐이다. 동시에 그 트릭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유가와의 입장에서 역 추리를 해나가는 논리의 설정도 감탄스럽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책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