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맨스 랜드 - 청춘이 머무는 곳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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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맨스 랜드(NO MAN’S LAND)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는 "전장에서 양쪽이 대치 상태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의해서도 점령되지 않은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넘치는 무인 지대"를 말한다. 이 책에서 <노 맨스 랜드>는 ’청춘이 머무는 곳’을 상징하는데, 지리적으로 이 책에서는 ’네덜란드’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노 맨스 랜드>는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하여 50년의 시차를 둔, 두 명의 청춘 이야기가 교차된다. 열일곱 살 제이콥 토드는 ’현재’를, 1944년 2차 대전 당시 네덜란드의 오스테르베크에 살던 헤르트라위는 ’열아홉 살이었던 때’를 이야기한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제이콥 토드는 영국의 집을 떠나 네덜란드를 방문 중이다. 그런데 입국 하루만에 그곳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열렬하게 기대했던 안네프랑크의 집 방문은 혼란만을 안겨 주었고, 남자를 여자로 착각하여 매력을 느낀 일은 어이가 없었고, 점퍼 날치기는 그를 바보로 만들었고, 날치기를 쫓다가 그는 녹초가 되었다(44). 그에게 네델란드(청춘)는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땅으로 다가왔다. 

네덜란드의 오스테르베크에 살고 있는 열아홉 살 헤르트라위는 부상당한 영국군 제이콥을 돌보게 되었다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 헤르트라위는 전쟁의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제이콥을 사랑하며 영원으로 기억될 사랑의 순간을 간직하게 된다. "그저 그 시절은 내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이라고 말하겠다. 6주. 눈 깜박하는 사이에 사라진 시간. 하지만 기억 속에서 그 시간은 훨씬 길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수십 년 세월보다 더 많은 기억을 남겼다. 죽음을 맞는 순간 나는 그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제이콥. 나의 사랑하는 제이콥을."(348)

날치기를 당한 제이콥이 우연히 그곳에서 만날 예정이었던 헤르트라위 할머니네 가족과 조우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와 헤르트라위 할머니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각각 전개되어 오던 제이콥과 헤르트라위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난다. 

<노 맨스 랜드>는 사랑뿐만 아니라, 동성애, 성(性), 안락사(죽음), 예술, 도덕적 규범 등 다양한 주제들이 각각 자신의 가치관과 색깔을 가진 등장인물, 그리고 언어, 시, 노래, 미술과 문학 작품 등을 통해서 표현되고, 상징되고,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낯설고 혼란스러운 땅이지만, 팽팽한 긴장 가운데 삶과 사랑에 눈뜨며 인생과 주변에 "주의를 집중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기"(140-141) 시작한 제이콥, 그는 아직 <노 맨스 랜드>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청춘이 어디로 흘러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열일곱이었던가, 주민등록증을 처음 받던 날이 기억난다. 나에게 새로 발급된 주민등록증을 건네 주었던 아저씨의 다른 손에는 사망 신고를 끝내고 말소되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이 들려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순간을 보았다. 끊임없이 삶과 죽음이 교차되며 이어지는 세대, 그 고리를 이으며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로 맨스 랜드>를 통해 저마다 제색깔을 빚어내는 인생들을 통해 삶의 환희를 느낀다. 순간이지만 영원한 빛, 그것은 생명의 빛이요, 사랑의 빛이다. 그리고 그 빛은 열정으로 뜨거운 ’청춘’의 심장으로 인해 더욱 빛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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