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자유시장경제의 한계와 적극적인 간섭의 제안!


2009년 12월 말쯤, 타이완에서 ’건강촉진법’ 초안을 연구 재정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고염분, 고당분, 고열량의 건강하지 못한 식품에 대해 ’비만세’를 징수하기로 했으며 빠르면 2011년에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초 유럽 각국도 패스트푸드에 ’비만세’를 부과하는 등 ’살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루마니아 정부는 아동 비만을 줄이기 위해 오는 3월부터 세계 최초로 맥도날드와 KFC에서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에 비만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하고, 덴마크도 비만의 원인이 되는 단 음식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에 비만세 성격의 세금을 부과, 제품 가격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독일에서는 녹색당을 중심으로 어린이 TV 프로그램 방영시간에 설탕이 다량 함유된 과자와 단 음식 광고를 금지하는 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비만을 관리하기 위해 세금정책을 단행하며 ’적극적인 간섭’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만율을 낮추기 위한 공적 개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만을 퇴치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선호를 거스르는 일이 된다"(49)고 주장한다. 또한 시장옹호론자들은 "비만은 생활습관에 의한 선택의 결과이므로 개인이 스스로 허리사이즈를 조절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반박한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간섭을 하는 것이 정당할까? 아니면 자유방임주의자들의 주장과 같이 ’비만은 이성적 선택의 결과’이므로 시장경제와 개인의 선택, 즉 ’자유’에 맡기는 것이 정당할까? 

그 해답이 바로 이 책 <욕망의 경제학>에 있다. 저자 피터 우벨은 이력이 독특하다. 내과의사이면서 15년 동안 행동경제학을 치밀하게 연구한 행동과학과 결정심리학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피터 우벨은 의사로서 비만이나 중독에 빠져  괴로워하는 환자를 치료하며 얻은 사례를 토대로 ’행동경제학’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전통 경제학에서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인간의 비이성적인 본능이 어떻게 자유시장경제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와 치밀한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밝혀냈다. 우리는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일까? 자유방임주의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정보를 이용해 이성적인 선택을 해야 할텐데,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광고에 현혹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마디로, 인간이 비이성적 본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욕망의 경제학>은 자유경제시장이 인간에게 ’나쁜 선택을 할 자유’까지 주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실례로, 인간의 비이성적인 욕망과 자유시장경제가 만나 ’비만’이나 ’중독’의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힘은 비만을 만연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다. 식품 산업이 저렴한 고칼로리 식품을 제조하는 보다 효율적인 공정을 개발하고, 먹는 데 드는 시간비용을 줄이도록 저장과 포장 방식을 발전시키면서 비만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47)

<욕망의 경제학>은 비만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자유롭게 시장에 맡기는, 즉 ’무간섭적인’ 접근법의 대안으로 ’적극적인 간섭’을 제안하고 있다. ’비만세’와 ’건강세’의 추진이 바로 이 피터 우벨의 <욕망의 경제학>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탄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 여겨져왔던 비만(또는 중독)의 문제가 시장 경제 안에 그 원인이 있음을 밝혀낸 <욕망의 경제학>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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