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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축지법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의 카피라이터가 전하는 성공과 사랑,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의 비밀
송치복 지음 / 부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책을 만나는 일에 성공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큰 기대 없이 ’우연히’ ’그냥 한 번’ 시도해본 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고백을 종종 듣는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우연히 읽은 이 책에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예감한다.
카피라이터 송치복, 그가 <성공의 축지법>을 썼다고 한다. 카피라이터다운 책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성공’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자극하면서도, 가야 할 거리를 단박에 뛰어넘을 수 있는 ’축지법’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흔들고 있었다.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상품을 ’포장’하는 사람 아닌가. ’그가 말하는 <성공의 축지법>이라면 욕구를 자극하고, 심리를 이용하는 유혹의 기술?’ 카피라이터에 대한 선입견으로 <성공의 축지법>까지 속단하였다가 제대로 한방 맞았다.
축지(縮地)는 곧게 할 축(縮)에 땅 지(地)잖아요. 축지법(縮地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은 둘러가지 않게 ’지름길과 그 길을 효율적으로 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지 느닷없이 하늘을 훨훨 날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88).
그의 책을 속단한 어리석음은 나의 자격지심이었으리라. 성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스스로의 불만족이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안에 무조건적인 비판과 대상 없는 분노를 만들고 있었다. 하나씩 꿈을 접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되니 배배꼬이기만 한다. 이런 것이 바로 패배자 의식인가 보다.
온 국민이 열광했던 한마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마케팅 신화라는 전설을 남긴 ’지하 150미터 암반천연수로 만든 맥주’, 한 기업을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만든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처음으로 정치인을 응원하게 만들었던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이것이 모두 이 책의 저자 송치복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나와는 다르게!) 성공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시작이 심상치 않다. 오십 살이 되고 삶을 뒤돌아본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일은 하는 일마다 성공했으나 삶은 가는 곳마다 아팠습니다." 마음이 자라지 않는 50소년은 주저 없이 길을 떠나면서 같이 가자 한다. 갑자기 동지의식에 사로잡힌 나는 그를 따라 길을 나섰다.
저자 송치복 선생님(이제 내게는 선생님이다!)은,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상품의 본질, 소비자의 본질, 상황의 본질 등이 그가 광고를 만들 때 물고 늘어지는 지점이고, 그가 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모든 일의 해결 방안이 본질 안에 있다고 믿는다. (앞날개 중에서)
<성공 축지법>, 이 책은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사람 마음의 본질, 이치라는 우주와 만물의 본질을 밝힌다. 그 본질로 인간을 꿰뚫고, 인간사를 꿰뚫고, 세상사를 꿰뚫는다. 그리고 그 안에 작동하는 돈과 권력, 그리고 사랑, 비지니스의 원리를 심플하게 읽어낸다. 어디서도 배우지 못했던 이치이고 이론이다. ’성공’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복잡한 세상을 한 줄 그림과 한 줄 문장으로 슥삭슥삭 그려내는 그의 명쾌함에 나는 스스로 그의 제자가 되었다. 송치복 선생님, 그는 함부로 덤벼서는 안 되는 고수 중의 고수였다.
개인적으로는 <창조의 축지법> 중에서 ’이론과 허구의 창조’를 통해 흐릿했던 시력이 원래의 시력을 되찾은 느낌이고, 잠자던 생각이 깨어난 기분이 들 정도로 시원하고 신선했다. 그동안 허구와 진짜도 구분하지 못하고 바동거렸던 허구의 바다에서 건져진 기분이랄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잘못 든 길에서 헤매다가 비로소 진짜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허구는 손에 쥘 도구이지 살아야 할 바다가 아니다"(120). "먼지를 터는 방법은 가짜를 깨닫는 것입니다. 허구(Fiction)가 허구(虛構)임을 알아야 합니다"(208).
사람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는 명문장은 얄팍한 유혹의 기술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짧은 몇 마디 말이 날카로운 가르침이 되어 심장에 박힌다. 혼자만 알기 아까운 지혜를 몇 문장 옮겨 적는다.
날지 못하는 새는 살 수 있어도
걷지 못하는 새는 살 수 없다(66).
닭은 날지 못해도 살 수 있지만 다리가 부러진 독수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언뜻 보면 걷는 것보다 나는 것이 더 훌륭하고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생존에 더 중요한 능력은 걷는 능력입니다. 무슨 일이나 기본이 중요한 이유입니다(67).
강물은 좌로 우로 굽어지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109).
질 것 같으니까 지기 싫어하는 것입니다. 이길 것 같으면 오히려 이기기 싫어합니다. 이겨서 잃은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바위를 굴려 버릴 힘이 있기에 바위를 피해갑니다. (...) 바다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바위를 굴리거나 나무를 뽑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입니다(110).
희망 찾지 마라.
살고 있는 것이 희망이다.
서두르지 마라.
끝을 알지 않느냐(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