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 남기기 - 여행사진 잘 찍는 비결 & 유럽 각 도시의 포토스팟
백상현 글 사진 / 정보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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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사진의 미학을 배우다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떠난 수학여행 사진이다. 여행의 목적이 ’사진 찍기’였나 할 만큼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하며 커다란 앨범, 작은 앨범을 다 채우고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사진이 한 다발이다. 주제는 ’문화유적지 답사’였는데, 사진 찍고 이동하고, 사진 찍고 이동하고, 이 친구랑 찍고 이동하고, 저 친구랑 찍고 이동하고, 이 선생님이랑 찍고 이동하고, 저 선생님이랑 찍고 이동하고, 그렇게 사진만 남았다!

그때는 "사진 찍으러 여행 온 것 같다"며 투덜거렸지만, 사진이야말로 고스란히 추억인 것을 살아보니 느낀다. 좋은 것을 보고, 낯선 것을 체험하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행을 가니, "여행의 목적은 사진 찍기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여행도 가지 않는가.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 남기기>의 저자 여행 사진을 이렇게 정의한다. "여행 사진은 우리가 만나는 풍경의 최고 순간의 기록이며, 사람들의 지고지순한 행복과 공감의 기록이다. 이런 순간의 기록은 단순한 한 개인의 짧은 시간의 일부분이 아니라 어쩌면 영원함으로 기억될 보편적인 언어이고 세상을 향한 공감의 표현이다." (저자의 글 중에서) 최근 사진첩을 뒤적이며 내가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보통 사람은 행복할 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내 사진첩의 주인공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거나 행복한 모습이다. ’최고 순간의 기록’, ’행복과 공감의 기록, ’세상을 향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정의한 저자 백상현의 철학에 깊이 공감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사진을 찍는 ’보통 사람’들의 작품을 감상하게 될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찍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찍어놓은 사진을 구경하기 더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사진을 잘 찍을 줄 모른다. 어쩌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딘지 어색하고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 남기기>는 놀랍게도 전문 사진가의 책이 아니라, 여행가의 책이다. 저자 백상현은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도저히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아마추어로 보이지 않는다. 직접 여행 현장에서 익힌 전문 지식과 노하우는 나와 같은 초보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 세세하고 꼼꼼한 정보가 가득하다.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숙소를 결정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배웠다. 사실 사진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잘 나온 그의 여행 사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며칠 책을 들고 있으니 주변에서 이 책을 달라고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디지털 카메라 하나씩은 필수품처럼 가지고 있고, 핸드폰에도 카메라가 달려 나오는 세상이니 이제 사진을 즐기는 일은 특별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 된 것 같다. 가수 이상은 씨도 노래했던 것처럼 삶 자체가 여행이리라.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 남기기>는 삶의 여행길에서 만난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멋지게 기록하고 예쁘게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일주일간의 여름 휴가를 이용해 다녀온 첫 유럽 배낭여행을 계기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유럽의 낯선 도시를 누비고 다녔다는 여행가 백상현에게서 여행 사진의 미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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