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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2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클래식! 가까이, 더 가까이!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1권을 읽은 독자라면 2권의 발간이 매우 반가웠을 것이다. 1권에 비해 많이 얇아진 것(!)이 다소 아쉽다. ’클래식’이라는 주제와 책의 무게감이 주는 부담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재밌기" 때문이다.
영어처럼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린다. 클래식 음악은 해독의 필요성을 느끼는 난해한 문자처럼, 내게는 공부가 필요한 분야였다. 클래식 음악이 흐를 때, 작곡가의 이름을 알아맞춘다든지 곡의 이름이나 연주되는 악기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을 우리가 ’교양인’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그 ’공부’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따로 공부"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문제는 그 공부가 지루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들썩이게 해주는 유행가처럼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여서 직접적인 메시지를 알 수 없고, 그러니 감정이입도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 제목도 없고,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 용어들에, 사용되는 악기도 많고, 게다가 한 곡을 다 듣기도 전에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길기까지 하다!
그런데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이렇게 재밌게 읽히는데 왜 그동안 나에게 클래식은 그리 지루한 분야였나 생각을 해보니, ’감상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그랬던 것 같다. 세상에, 고등학교 때까지 음악마저 나에게는 ’암기과목’이었던 것이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대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까지 들추어내는 조윤범은 ’클래식계의 연예부 기자’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소소한 이야기들을 캐내어 들려준다. 그리하여 이름을 외우기에 바빴던 음악의 대가들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음악의 대가들에게 개인적인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그 음악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영어를 듣는 귀가 열리는 것처럼, 아는 만큼 클래식이 들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읽으면 마치 조윤범이 ’지휘’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를 통해 음악이 재해석되고, 독자의 귀에 연주된다. 하나의 필터처럼, 조윤범을 통과해 우리에게 들려지는 음악은 그가 입혀주는 색깔을 입고 있고, 그가 보여주는 모양을 띠고 있다. 유쾌하고 명쾌하다. 그리고 별나다!
영화를 보면, 클래식이 연주될 때 사회적인 신분에 따라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구별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안에서도 ’고상한 음악’ 클래식은 그런 구별짓기의 도구라는 인식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지금은 잘 모르겠다) 비싼 악기와 비싼 레슨비 때문에 클래식은 부잣집 아이들이나 배울 수 있는 취미였다. 그 구별짓기의 벽을 깨고, 그렇게 내게는 너무 먼 음악이었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귀를 열어주고, 길을 내어주는 조윤범이 고맙다. 나는 언제라도 기꺼이 그의 관객이 되고 싶다.
빨간 머리 신부님, 비발디(1678-1741)에서 할리우드의 스타 음악가, 존 월리엄스(1932-)까지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천재 음악가들과 친해질 기회를 가져보라고 권한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내가 약속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재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