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병원 알고 갑시다 - 전문의가 밝히는 척추질환의 허와 실!
리 헌터 라일리 III 외 지음, 권영준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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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대학 척추전문의에게 듣는다!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나는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동생을 데리고 어머니는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그곳은 지역 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규모 있는 병원이었다. 병원에서는 "잘못하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청천병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어머니는 무릎에 주사기를 꽂고 물을 빼내는 등 동생이 하루 종일 이런 저런 검사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검사비를 지불해가며 극도의 불안과 긴장 속에 떨어야 했다. 견디다 못해 의사를 붙들고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의사가 귀찮다는 듯 그러더란다. "제가 설명해도 못 알아들으실 겁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병원을 나왔고, 아는 분을 통해 소개받은 전문병원에서 동생은 일주일을 입원치료한 뒤,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옮겨간 병원에서는 몇 가지 검사 뒤, 심각한 경우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도 갈 수 있는 문제지만, 지금 그 정도의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아직도 그때 그 병원에서의 일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다. 좋은 의사와 병원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지내는 나는 책상에 조금만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일이 자주 있다. 주변에서 병원에 가보라고 권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는 병원에 갈 생각을 아예 접어버렸다. 몇 년 전, 교통사고 이후 가끔 허리가 아팠다는 친구 어머니는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교통사고로 뼈가 어긋나 있다면서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아예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너무 놀라 마음이 급해진 어머니는 당장 수술을 결정하고, 뼈 안에 철심을 박아넣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곧 완쾌될 것이라고 했던 의사의 장담과는 달리 수술 전보다 더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최근에 장애 판정도 받았다고 한다.

병원에 가는 일이 오히려 무서울 만큼 병원에 대한 불신이 큰 나에게 <허리 병원 알고 갑시다>라는 책이 눈에 번쩍 뜨였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의 척추 신경외과와 척구 정형외과 전문의 2명이 함께 집필한 책이다. 요통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 허리 병원은 꼭 "알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요통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그 진단이 쉽지 않고 치료법도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그러니 개개인의 허리 질환은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에 따라 그 치료법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환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그 의사의 전문 분야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강북삼성병원 신경외과 교수님은 이렇게 충고한다. "요통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에는 약물치료, 운동치료를 포함하는 보존적 치료, 수핵 제거술과 요추 고정술 등의 운동 치료가 있으며 최근에는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생물학적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아무래도 척추 전문의들은 각각의 전문 분야에 따라 보존적 치료나 수술 치료의 양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요추 질환의 원인, 진단, 치료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준다."(6) 그리고 이 책의 저자도 동일한 당부를 한다. "요추를 치료하는 데 여러 가지 많은 접근이 있으므로 환자들은 그들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충분히 설명을 들어야 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허리 병원 알고 갑시다>는 허리 통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원인, 그리고 다양한 치료법까지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이도 쭉쭉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설명도 쉽다! (친절한 의사이다.) 특별히 허리 수술이 가능한 한 안전하면서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주의해야 할 점과 더불어 허리 수술의 (위험과 한계를 포함한) 효과를 상세히 알려 준다. 더불어 비수술적인 치료 방법도 알 수 있다.

책에 기록된 의료 정보가 우리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것인 점이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이 책은 척추 질환 치료와 관련된 전문가들에게도 치료 과정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상세한 조언을 담고 있다.

어느 병이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요통은 특히나 병원과 의사를 잘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통의 원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지만 치료법이 다양하다는 점이 선택을 더 어렵게 한다. 게다가, "요추 질환은 대부분 안 좋은 자세나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악화되는 퇴행성 질환이므로, 치료와 회복의 과정에서 환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요통과 다양한 치료법을 이해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이 다양한 치료법을 꿰뚫고 있어서 내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이니 아무래도 자신의 방법을 먼저 추천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선적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에 따라 치료를 시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결국, 누가 효과를 봤다는 방법을 무조건 따라하기보다 다양한 치료법 가운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그러니 꼭 "허리 병원은 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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