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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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은 누구나 비이성적인 행동의 저항할 수 없는 이끌림에 노출돼 있다."(29)


핸드폰 요금제를 선택할 때, 가장 유리한 할인 요금제를 사용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핸드폰 사용 패턴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요금제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하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고 믿는 선택이 사실은 비이성적인 힘에 동요된 것이라면? <스웨이>는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월정액보다 쓴 만큼 내는 요금제가 더 유리할 가능성이 큰데도 우리가 덜컥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논리적인 관점을 방해하는 비이성적인 힘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기(Sway)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성을 자랑하지만 사실은 비이성적인 힘에 휘둘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성’을 자랑하는 인간이 비이성적인 심리적 힘에 아직도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인 결과를 양산하고 있다. <스웨이>는 비이성적인 힘에 동요되는 우리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베테랑 조종사가 어이없는 실수로 사상 최악의 사고를 내기도 하고, 유능하고 경험 많은 의사들이 아이를 죽게 만드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성적으로 전혀 끌릴만한 상대가 아닌데도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도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논리나 이성과 전혀 상관없는 비이성적인 힘에 자주 흔들리는 것일까? <스웨이>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좀 더 깊숙한 곳까지 탐구하여 들어간다. "우리의 비이성적인 행동 밑에는 어떤 심리적 힘이 잠재해 있을까? 이런 힘은 어떻게 우리에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가? 우리가 거기에 가장 취약한 때는 언제인가? 그 힘은 우리의 직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우리의 업무관계나 대인관계를 어떻게 바꿔놓는가? 우리의 금전관계 혹은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는 언제인가? 그리고 왜 자신이 그 힘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가?"

<스웨이>는 ’유사한 방식으로’ 우리가 비이성적인 힘에 동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비이성적인 심리적 힘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스웨이>가 밝혀낸 그 힘의 정체는 ’손실기피, 집착, 가치귀착, 진단편향, 카멜레온 효과, 공정성, 기대감, 집단역학’이다. 이 8가지 역동적인 힘들이 논리적인 관점을 방해하고, 우리의 개인생활과 조직생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손실’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놀랄 만큼 강력한 반응이 도출된다(32). 실제로는 월정액보다 사용한 만큼 내는 요금제가 더 유리한 데도 ’손실기피’라는 힘이 발동하면, 전화통을 붙들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는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 무제한 요금제를 신청하고 만다는 것이다. 잠재적 손실을 피하고자 약간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게다가, 손실기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데, 이것이 집착과 결합되면 그 힘은 우리의 사고와 의사결정에 더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험 부담이 클수록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웨이>는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심리적인 힘의 정체를 폭로하면서 여러 가지 대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비이성적인 힘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묘수를 기대한 것에 비해 <스웨이>의 저자가 내리는 최종적인 결론은 다소 김이 빠진다. "우리의 사고와 생활을 지배하는 이러한 심리적 힘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그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감춰진 힘의 세계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뿐이다."(218) 그러나 <스웨이>의 결론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르쳐준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겸손’이다. 인간만이 ’이성’을 가진 존재라고 자랑하지만, 사실은 비이성적인 힘에 휘둘리고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스웨이>를 읽으며, 인간이 이처럼 비이성적인 힘에 흔드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끝을 모르는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욕심이 오히려 더 큰 함정을 스스로 파고 있는 형국이랄까, 절대 손해보지 않으려는 욕심에 이성이 마비되고 마음이 흔들려 결국은 그런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핸드폰 요금제와 같이 우리의 심리를 파고드는 교묘한 전략에 당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조금씩 손해보며 살아야겠다는 삶의 태도를 가지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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