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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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진화, 21세기의 공주 ’셀러브리티’!


오늘날 젊은이들의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아이콘인 ’셀러브리티’, 그리고 케이블 TV이나 컴퓨터만 켜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헐리웃 배우들의 가십 기사들, 이 모든 것들이 ’오늘’의 유행을 보여주고 있는데 <셀러브리티>의 핑크빛 로맨스가 나에게 ’판타지’로 읽히는 것은 세대차이 때문일까? 나에게 주인공 백이현의 삶과 사랑 이야기는 그 옛날 읽었던 동화 속 공주의 이야기만큼이나 ’판타지’ 속 세상의 이야기로 읽힌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값의 공포를 막아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월급을 받으며 연예인들의 대박 스캔들을 고대하거나, 아니면 헐리웃 스타들의 가십 기사를 긁어서 편집 기사를 쓰는 20대 대한민국 여성 백이현! 연락이 안 되는 남친에 대한 불안감을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운전을 하던 중, 이게 웬일인가! 한류스타 윤상현이 눈앞에 있다. 더구나 스캔들 메이커인 윤상현, 그는 지금 혼자가 아니다! 그의 차 안에 분명 정체불명의 여자가 타고 있다! 특종을 발견한 기자답게 백이현은 기자 정신을 발휘하여 그대로 윤상현의 차를 들이받아 버린다. 그렇게 시작된 ’플러스 텐’(풀이하면 가십이 되는)의 여기자와 까칠한 한류스타 윤상현의 그야말로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헐리웃 스타들의 가십이나 긁어모아 살던 그녀가 그 가십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셀러브리티’를 아는가?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튼, 빅토리아 베컴,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애니스톤, 그리고 오드리 헵번과 다이애나 비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새로운 스타일을 리드하는 트렌드 세터들로 통한다. 개인적으로 오드리 헵번의 삶과 가치관을 ’존경’하는 나는 린제이 로한이나 패리스 힐튼 등과 그녀가 함께 엮이는 것이 다소 기분이 좋지 않지만,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며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녀들의 삶을 ’동경’하고 따라 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모두 ’셀러브리티’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고집스러울 정도로 ’존경’과 ’동경’의 경계를 확실하게 긋고 싶은 마음은 포기하지 못하겠다!) 생수병 하나까지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다면 세계적인 유행이 된다.

지금도 우리 부모님들은 예쁜 딸을 "우리 공주"님으로 부를 정도로 ’공주’는 이 땅의 모든 딸들과 여성의 로망 아닌 로망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왕’인 덕분에 태생부터 ’공주’로 구별되어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호의호식하며 자라서는, 순백의 피부와 아름다움을 무기로 왕자님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또 한평생을 왕자님께 기대어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공주님’이 이제 자기의 세계를 가진 ’셀러브리티’로 진화했다. 무엇인가 어설프면서도 좌충우돌 어리버리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사는 주인공 ’백이현’, 명품에 열광하며 셀러브리티를 동경하는 그녀의 삶과 일과 사랑 속에서도 공주와는 다른 ’자기 주장’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유행에 대한 동경과 자기 주장의 공존, <설레브리티>는 이 이율배반적인 두 개의 가치가 지배하는 ’오늘’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주고 있다. 이것이 내겐 ’판타지’로 읽히는 이 꿈 같은 설정의 로맨스가 내게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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