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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체험하는 삶의 비밀 ㅣ 두란노 고전 영성시리즈 1
한나 W. 스미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네 삶의 주인이 누구이냐?" 물으셨던 주님의 음성이 다시 들려오다!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밤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집에 들어갈 때면, 멀리 서 있는 붉은 빛의 십자가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 십자가를 바라보며 마음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었는지 모른다. 애타는 마음으로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며, 호소하고 또 호소했었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우리 3남매를 앉혀놓고, 힘들겠지만 아버지를 믿고 3년만 참아달라고 부탁하셨다. 평생을 살 집으로 생각하고 지은 3층집도 경매로 넘어가고, 우리가 보던 백과사전까지 들고 간 뒤에도 누추한 집까지 찾아와 계속 행패를 부리던 빚쟁이들, 웃는 날보다 몸져 누워계실 때가 더 많은 엄마. 3년만 잘 참으면 아버지는 다시 우뚝 서실 거라 믿었는데, 어느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여기가 바닥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더 내려가고, 정말 여기가 바닥이겠지 했는데 아직 더 내려갈 곳이 있었다. 그리고 가족의 반대를 이겨내고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그것이 오히려 고민의 시작이었다. 지금이라도 신학교를 그만두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괴로움이 날마다 나를 괴롭혔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 골목길,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 십자가를 바라보며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으셨던 하나님! 어느 날은 너무도 서러운 마음에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고, 아버지의 인도하심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원자보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사람의 위로가 더 절실할 지경입니다.’ 이렇게 울부짖었던 기억이 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과 같은 어두운 길을 걸으며 나는 하나님께 매달리고 또 매달렸지만, 오히려 그렇게 하나님께 매달리는 일에 지쳐갔다. 하나님을 향한 기대감은 깊은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나는 더 이상 도우심을 간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러나, 그때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인가 간절히 가르치시고, 훈련시키시고 계셨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보이지 않아도 날 위해 일하시네"라는 찬양이 얼마나 절절하게 내 영혼을 적시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 은혜에 목이 멘다.
신학과 헌신예배를 드리던 어느 날, 하나님의 강력한 음성이 마음에 울렸다. "네 인생의 주인이 누구이냐?" 하나님께 주님이라고 고백하면서도 내 인생을 고삐를 꽉 붙들고 있었던 나의 손, ’내 인생’을 붙들고 전전긍긍하던 밤들, 하나님을 완전히 신뢰한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의 의미가 비로소 절절하게 전해져왔다.
<그리스도인이 체험하는 삶의 비밀>은 광야를 거치며 나를 단련하신 하나님의 그 은혜를 다시 회복시켜주었다. 하나님께 나를 완전히 내어맡기고,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마음에 새겨진다. 틈만 나면 여전히 내 인생의 주인 노릇을 하려는 교만과 불신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나를 포기할 때, 내 안에 충만하게 채워지는 평안의 비밀, 그 깊은 은혜의 샘으로 나를 다시 인도한다. 하나님께 내어맡길 때 얻어지는 자유함의 비밀, 그 커다른 기쁨의 에너지가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준다.
신학교에서 공부한 적도 없다는 한나 W. 스미스라는 한 여성의 책이 오랜 세월 위대한 사역자들의 영혼을 감동시키며 기독교의 필독서로 자리잡을 만큼, 순결하고 빛나는 영성으로 빚어졌다. 이 책이 가르쳐주는 삶의 비밀은 오직 '그리스도인'만이 '체험하는' 비밀이다! 토기장이 손에 들려진 진흙의 마음으로, 이제 어느 길로 인도하시든지 오직 순종의 길을 걸으리라 다시 결단한다. "주님 안에서의 이 자유함, 평안함, 그것을 기뻐 노래하며 즐거이 따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