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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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찬란한 빛은 그것을 지나온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가 보다.
그렇게 찬란한 청춘을 살았던 요노스케 이야기, 나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어렸을 때, 어른들은 내게 "넌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어른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난 그럴 때마다 억울한 마음으로 ’나도 이미 다 안다고요!’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내가 그때 정말 몰랐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다 안다고 자신했던 내가 얼마나 어렸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주어진 길을 그저 걸었다. 똑같은 목표와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똑같은 생활을 했던 또래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한 방향을 향해 걸었다. 그 길만이 바른 길이라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길을 걷지 않는 친구들의 삶을 ’탈선’이라 이름 붙였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대학교에 입학했던 그 봄날을 기억한다. 그것은 일종의 ’단절’이었다. 늘 똑같은 모양이었던 고등학생과 급격히 단절되면서, 내던져지듯 시작된 대학 생활. 틀에 꽉 짜인 생활에서 놓여나 한꺼번에 모든 강제가 풀려버리자 나는 넘쳐나는 자유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었다. 헐렁해진 생활 사이사이로 문득문득 엄습해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은 우리의 청춘을 더욱 열에 들뜨게 만들었지만, 결국 그렇게 열에 들뜬 채로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열에 들뜬 채 했던 사랑, 열에 들뜬 채 떠들어 댔던 모든 말들, 열에 들뜬 채 빠져들었던 모든 것, 그 어설펐던 시절을 거쳐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열여덟 청춘 <요노스케 이야기>는 내일에 대한 불안함 속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 채 무심코 흘려버린 대학 시절을 돌아보게 해준다.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고, 특별히 착하지도 않고, 특별한 고민도 없는 다소 어수룩한 ’요노스케’가 주인공이다. 하루하루는 성실하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흘러가는 그의 일상이 지나온 나의 일상과 많이 닮아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어디쯤에서 우연하게 만난 사람들과 크고 작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요노스케의 인생이 채워지면서 방향을 바꿔간다. 우연한 계기로 물줄기를 바꾸며 흘러가는 <요노스케 이야기>는 모든 것은 우연에서 시작되며, 우연은 곧 필연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자극적이지 않고 강렬하지 않아 더 짠- 하면서 슬프다. 어느 한 시절, 요노스케와 함께 청춘을 보내며 성장한 주변 인물들이 20년의 세월을 지나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다시 요노스케를 회상하는 장면은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청춘의 찬란한 빛은 그것을 지나온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빛인가 보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을 지나 조금씩 세상에 눈뜨며 성장하는 <요노스케 이야기>. 특별한 주인공의 특별한 영웅담이 아니어서 내 친구처럼 느껴지는 요노스케이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을 선물해준 평범한 요네스케야 말로 어쩌면 가장 특별한 영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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