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전쟁편
류펑 지음, 김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전쟁을 통해 새롭게 쓰여지는 인류의 역사,  
이제는 전쟁 욕구와의 전쟁을 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누가 가르쳐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편, 네 편을 갈라 한창 '전쟁 놀이'에 열중했던 어린시절이 기억난다. 그러나 곧 '전쟁'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배웠다.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가장 나쁜 악 중의 악이라는 학습된 이미지가 내게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치뤄지고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전쟁'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을까? 인류의 역사는 어쩌면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인지도 모르겠다. 인류는 전쟁을 근절하기는 커녕, 막대한 자본과 세계적인 두뇌를 쏟아부어가며 더 끔찍하고 더 파괴적인 전쟁 무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말이다. '문명화'된 인간 사회에서 전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문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진화하는 사회만큼 전쟁도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무엇 때문에 끊임없이 전쟁을 할까? 다시 말해, 전쟁은 대채 왜 일어나는 것일까? 시그마북스에서 발간한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중 <전쟁편>은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권력 추종자들 간의 게임, 둘째는 부(미인 포함)에 대한 유혹, 셋째는 피와 맞바꾼 문화 전파(종교, 이데올리기 등)의 야욕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을 통해 전쟁이 발발한 원인을 살피며 전쟁의 역사를 돌아보면, 실로 허무하기 그지없다. 어릴 때, 친구들과 땅 따먹기 놀이를 하다가 해가 지고 때가 되면 모두 버려두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어차피 모두 두고 빈손으로 떠날 인생들이 참으로 치열하게도 싸웠다. 잔혹한 종교전쟁이나 이데올로기 전쟁도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다. 전쟁을 통해 사랑을 실현하려 하고, 전쟁을 통해 이상적인 평화를 이루려고 하나, 과연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전쟁으로 얻어질 수 있을까.

'인류의 운명을 바꾼'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전쟁'은 그야말로 인류의 운명을 삶의 밑바닦부터 꼭대기까지 흔들어 갈아 엎어버리는 가장 강력한 기제일 것이다. 그러나 끔찍하고 파괴적인 전쟁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초보적인 가르침의 단계를 지나 전쟁이 인간 삶에 유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불균형한 남녀의 성비를 맞춰주기도 하고, 또 여성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전쟁이 억압된 여성의 삶을 해방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비교적 최근에 알았다. 그러나 전쟁의 유익을 논하기에는 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희생을 생각한다면, 그 대가가 너무 크지 않을까.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중 <전쟁편>은 중국인 저자의 시각에서 전쟁이 발발한 원인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표적인 전쟁 사례를 선별해 실었다. 전쟁의 발발과 과정을 다층적으로 살펴보며, 다소 주관적인 코멘트도 덧붙인다. (그런데 왜 이 책의 저자는 저자가 아니라 '엮은이'로 소개되는지 궁금하다. 중간 중간 Tip으로 제공되는 백과사전적 정보 때문인지, 객관적인 자료에 대한 각주가 없기 때문인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엮은이 '류펑'은 '들어가는 글'에서 "전쟁의 핑계를 찾는 대신 전쟁 욕구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평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고 있다. 인간이 벌이는 그 어떤 전쟁도 그것이 아무리 의로운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 땅에 전쟁이 그치기 위해서는 류펑의 말대로 전쟁 욕구와의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것이 실현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공허한 말로 들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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