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일리움>의 작가 댄 시먼즈는 천재 작가가 아니라면, 광기에 휩싸인 것이 분명하다! 
그의 이야기는 문학적 상상력 그 이상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는 개연성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자극적인 소재와 설득력이 없는 비상식적 캐릭터가 마구 얽혀서 억지설정에 비약적인 스토리로 멜로 드라마였다가, 미스터리 드라마였다가, 공포 드라마였다가, 그야말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정체불명의 이야기가 되어 '막장'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다. 

그런데 막장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닮고 싶은, 그래서 흉내 내어 보는 작가가 바로 <일리움>의 댄 시먼즈와 같은 작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댄 시먼즈는 천재 작가가 아니라면, 광기에 휩싸인 것이 분명하다! <일리움>은 거장과 막장의 차이를 알게 해준다. 그의 이야기는 문학적 상상력, 그 이상이다! 어설피 흉내 내려 했다가는 막장의 늪으로 빨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댄 시먼즈의 <일리움>은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의 원류가 되는 그리스 최대 최고의 민족 대서사시라는 호머의 <일리아드>를 기본 틀로 삼았다고 한다. 그 틀 안에서 신화와 초현대 과학의 지식이 어우러지고, 과거와 미래가 교통하며, 신과 죽은 자와 상상에 의해 탄생한 존재들이 만나, 신화를 재해석하고, 고전문학 작품들을 녹여내며, 미래 사회에 대한 판타지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대모험이 펼쳐진다. 

<일리움>은 도전 정신을 가지고 읽게 된다. 일단은 B5 사이즈로 1000페이지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이 완독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방대한 분량 다음으로 넘어야 할 장벽은 등장 인물에 대한 이해이다. 퀴즈 프로에서 "다음 중 등장 인물이 가장 많은 문학작품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나는 무조건 <일리움>이라고 대답하려 한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존재가 이 안에 존재한다. 게다가,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줄거리를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소설은 또 처음이다. 일단 일리아드의 영웅들이 있고,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 있고, 그것을 지켜보는 신들이 있고, 그 신들이 죽음에서 데려와 임무를 부여한 21세기 일리아드 학자로 살았던 토머스 호켄베리가 있고, 그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40세기 과학이 있고, 인공지능 기계종족이 있다. 

독자인 나에게 <일리움>의 '현재'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이 현재이며, 또는 과거이거나 미래이다. 미래에서 과거를 다시 쓰면, 그것은 미래 이야기인가, 과거 이야기인가, 현재 이야기인가? 오천 년이라는 시간과 태양계 전체를 넘나드는 <일리움>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 살고 있는 3차원 세계의 독자들에게는 처음부터 이해불가한 영역에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후속편이라고 하는 <올림포스>까지 읽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일리움 평원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 속에 미래의 전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생존'이 아니라 '모험'을 시도하는 영웅이 어떠한 세상을 열어가게 될지는 <올림포스>에서 확인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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