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아침나무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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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책으로 만나다!

역사를 간직한 공동체는 어느 곳이든 전해져 오는 ’전설’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어렸을 때 명절이 되면 거북이 관련되어 우리집안에 내려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나고, 내가 다닌 학교에도 공동묘지 위에 세워졌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된 전설이 있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 내에서도 영웅적인 직원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구미호’나 ’우렁각시’처럼 옛 이야기로 들을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전설일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수직적으로 구전된 이야기가 다시 수평적으로 회자되면서 전설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이 공동체의 암묵적인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처럼 역사를 가진 공동체가 ’전설’을 공유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설은 보통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오는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이렇듯 책으로 엮여진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을 대하니 문득 그런 의문이 생긴다. 더구나 내가 읽은 것은 <동양편>과 <서양편>으로 구분된 세계의 전설 중에 <서양편>이다. 

우선, 이 책은 동양적인 이야기는 ’전설’적인 느낌으로, 서양적인 이야기는 ’신화’적인 느낌으로 들었던 신화와 전설의 차이를 확실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을 보면, 신화와 전설의 차이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회가 삶의 철학을 이야기한다면 전설은 그 민족에 내재된 문화를 이야기한다. 신화가 자연의 이치를 이야기한다면 전설은 그 민족 고유의 가치관을 이야기한다." (머리말 중에서).

그 민족에 내재된 문화와 고유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전설. 이런 개념을 가지고 읽은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은 아는 이야기도 전혀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서양편>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북유럽, 동유럽,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로 나누어 각각의 전설을 들려준다. 우리 민족의 전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재해석되는 것처럼,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꽤 많다. 의도적인 변형인지, 구전되는 과정의 변형인지 알 수 없지만, 오래 이야기라는 것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덧붙여지기도 하고 각색되어지도 하는 것이니 원형에 그리 집착하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구전되어 오던 것을 모은 책이라 그런지 이야기 자체가 문학 작품처럼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어딘지 허술한 것이 조금 가볍게 읽힌다.

공동체가 간직한 ’전설’은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을 담아 교육적인 역할도 하고, 영웅담을 통해 공동체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도 하며, 요정이나 마법의 세계와 같이 어떤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깃꺼리를 제공해주면서 그것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어떤 공동체의식을 만들어주는 듯하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은 마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신화를 읽는 것과는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신화와는 다르게 어쩐지 토속적이고 서민적인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런 맛이 난다. 관계적으로 더욱 고립되어간다는 현대를 살아서 그런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전설' 이야기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전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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