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2 : 희망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아끼다가 낭비하게 되는 것이 
인생인가.
지나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어느 날,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불현듯 깨달은 것은, 친구들에게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면서부터였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들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들을 낳은 친구들 덕분에 한동안 축하잔치를 챙기느라 분주했는데, 이제는 부고를 받는 일이 더 잦아졌다. 부모님 세대를 잘 보내드리는 엄숙한 의무, 그것이 어른이 된 우리가 할 일이구나 깨달아지니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 내게는 몹시도 버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어릴 때 꿈이 되어주셨고, 희망이 되어주셨고, 나침반이 되어주셨던 어르신들이 유난하게 많이 우리 곁을 떠나시니 불쑥불쑥 견디기 힘든 상실감이 차올라 멍해지는 일도 잦다.

한 분 한 분 보내드릴 때마다 마음의 걸음이 느려진다. 어떤 질문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나의 뒷모습, 내가 가야 할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맞게 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거세게 파고들면 가방 하나 둘러매고 낯선 길 위를 걷고 싶어진다. 두 번째로 만난 <내 마음의 여행>은 모든 목표를 내려놓고, 빽빽한 계획을 잊고, 그렇게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비밀스러운 꿈 하나를 심어준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걸어서 국토 순례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 몸살이 난다. 책을 손에 잡고 며칠 밤을 뒤척이는 중이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이생진 <무명도> 중에서 (p. 45)


나도 시인이 되어 그 풍경 속에 있고 싶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뜨거운 눈물과 뜨거운 한숨과 뜨거운 사연을 간직한 땅, 내가 나고 자란 이 땅, 나에게 생명을 주었고 내가 다시 돌아갈 이 땅을 느린 걸음으로 구석구석 걸어보고 싶다. 그렇게 이 땅의 한 자락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의 여행>에서 만난 이들처럼 말이다.

정신없이 세월이 지난다 생각했는데, <내 마음의 여행>을 따라 걷다보니 지나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땅 위에 이런 저런 삶이 쉴새없이 지나고 있다.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무한한 생명력으로 나를 받아주는 자연,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 이것이 <내 마음의 여행>에서 내가 발견한 ’희망’이다. 인생은 아낄수록 낭비되는 것 같다. 마지막 한방울의 땀까지도 다 쏟아 후회없이 사랑하며 함께 이 땅을 살아간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남고 싶다.

나를 시인으로, 철학자로, 좋은 이웃으로 만들어주는 <내 마음의 여행>! 두 번째로 떠난 <내 마음의 여행>, 나는 이 여행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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