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위르겐 타우츠 지음, 헬가 R. 하일만 사진, 최재천 감수, 유영미 옮김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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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 아인슈타인 -


총 천연색 컬러판 꿀벌의 사진을 보니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된다. 컬러판 백과사전을 처음 품에 안았던 어린시절의 그 설레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장 한장 사진부터 훑어보았다. ’꿀벌 마야’는 벌통 속을 벗어나 대자연으로 모험을 떠났지만, 이제 우리는 꿀벌 세계로 모험을 떠나면서 기분 좋은 흥분을 느낀다. 한 눈에 보아도 꿀벌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꿀벌의 모습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꿀벌이 이런 모습이었던가? 자세히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고, 파리를 닮은 듯도 하다.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라는 제목 그대로 꿀벌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가슴 가득 차오르는 경이로움은, 세상이 온통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하는 오만함을 밀어낸다. 

서문을 쓴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이 꿀벌 연구의 고전의 반열에 올려도 좋을 만큼 최고 수준의 책이라고 극찬을 한다. 꿀벌에 관한 가장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총망라 되어 있는데, 신기한 것은 꿀벌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게 않게 친한 친구의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적당히 던지며 다음 설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독자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꿀벌의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꿀벌의 조직, 즉 사회성이다. 꿀벌의 조직은 현재 살아있는 것들의 세계에서 가장 고차원적 조직과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꿀벌 전체 개체군을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이해하려는 개념을 ’초개체’라고 한다. 이 책은 각각 별개의 생명을 지닌 개체이지만 언제나 군락 전체가 마치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하는 꿀벌을 탐구한 ’초개체 생태학’이다.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가 보여주는 가장 놀랄만한 설명은 꿀벌의 군락에서 발견되는 포유동물의 특성이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 꿀벌 집단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포유동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인간이 이룩한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질서 정연한 사회를 이루고 사는 꿀벌의 유기적인 공동체성은 생명의 신비와 더불어 창조주의 실재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한 신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알수록 겸손을 배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깨달음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자연 전체를 하나의 비인격체로 취급하는 우리의 무지와 오만방자한 삶을 몹시도 부끄럽게 한다.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더불어 겸손하게 살고 싶어진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꿀벌이 없으면 수분도 없고, 식물도 없고, 동물도 없고, 인간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p. 325).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되며 그 임무의 80%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꿀벌은 환경 파괴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만 아니라 환경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한다(pp. 325-326). 그런데 안타깝게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속히 겸손한 삶의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후대에게 재앙을 물려줌은 물론 인간은 스스로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꿀벌을 돕는 일이 우리 스스로를 돕는 일"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마치 심판 선고처럼 마음에 울린다. 재미있게 읽은 책의 뒷맛이 엄청나게 독하지만,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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